‘지거국과 지잡대’ 최근 5년간 최대 언급
‘학교에 대한 열등감과 비판’ 뜨거운 주제
등록금 및 장학금 등 긍정적 평가도 다수

지난해 5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연령별로 살펴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행태’에 따르면 20대가 애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 44.6%로 2위를 차지했다. 에타는 대학생 사이에서 시간표 스케줄러, 커뮤니티 기능으로 이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러다 보니 에타를 통해 자연스레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 사회문제에 관한 의견, 다양한 감정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에 김재우(사회대·사회) 교수와 대학원·학부생들은 우리 학교 에타를 통해 ‘연애’와 ‘지방대·학벌주의’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지 알아보고자 에타 분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팀은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의 게시물과 댓글을 모두 모아서 분석했다. 전북대신문은 김재우 교수 프로젝트팀의 분석을 바탕으로 2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입학·졸업을 앞두고 매번 등장하는 ‘학벌’ 게시글
‘지방대와 학벌주의’라는 주제는 김 교수와 프로젝트팀 학생들의 경험과 관심을 바탕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의 상담 주제로 학벌에 대한 걱정이 자주 등장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학벌주의에 관한 우리 학교 에타 속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입학과 졸업을 앞둔 시기가 다가오면 에타에는 어김없이 학벌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다. 3월에는 입시 결과를 통해 우리 학교의 수준을 가늠하는 글들이 자주 게재되며 졸업을 앞둔 시기에는 취업률에 대한 논쟁이 등장한다. ‘학벌이 전부가 아니라고 느낀 케이스’라는 게시글을 비롯해 ‘학벌 좀 주눅 든다..’라는 게시글까지 에타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한다. 분석 대상 자료에 의하면 자유게시판에서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900건의 학벌 관련 논쟁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프로젝트팀은 관련 게시글 수집 전, 주제와 가장 밀접한 단어를 선정했다. 그들이 선정한 단어는 ‘지거국’, ‘지잡’, ‘지방대’, ‘학벌’, ‘인서울’, ‘4년제’로 총 여섯 가지다. 지난 주제인 ‘연애’와는 달리 이번에는 자유게시판만 분석했다. 김 교수는 “연애 게시글은 성소수자·이상형 게시판 등 주제와 연관된 다수의 게시판들이 존재하는 반면 학벌 관련 글들은 주로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팀은 총 1천여 건에 달하는 게시글을 분석했으며 정확한 분석을 위해 ‘북대-전북대’, ‘부심-자부심’, ‘지잡-지잡대’, ‘연대-연세대’ 등의 수많은 단어들은 동의어 처리했다.

▲우리 학교는 과연 ‘지방에 있는 잡다한 대학’인가?
프로젝트팀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 간 게재된 학벌 관련 게시글과 댓글에서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는지를 조사했으며 이를 단어구름으로 시각화했다. 단어구름에서 가장 돋보이는 단어는 지잡대와 지방거점국립대(이하 지거국)였다. 지잡대란 지방에 소재하는 잡스러운 대학이라는 뜻으로 지방 소재 일부 대학을 비하할 때 주로 쓰인다.

▲게시물 1000건을 바탕으로 만든 학벌 단어구름.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한 ‘학교, 전북대, 대학교, 사람’은 단어 구름 이미지에서 제외했다.
▲게시물 1000건을 바탕으로 만든 학벌 단어구름.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한 ‘학교, 전북대, 대학교, 사람’은 단어 구름 이미지에서 제외했다.

이후 토픽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중심 주제와 해당 주제별 주요 단어들을 산출해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주제는 ‘학교에 대한 열등감과 비난’이었다. 김지혜(사회·석사과정) 씨는 지난 2019년 4월에 등록된 ‘얘들아 잊지 말자’ 글을 대표 게시글로 꼽았다. 글쓴이는 우리 학교가 지잡대인 것을 부정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댓글에서는 우리 학교의 지잡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으며 서로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게시글이 등장한 지난 2019년도만 해도 지거국은 300회 미만 나타났지만 지잡대는 498회 출현하며 지거국보다 압도적으로 큰 수치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출현한 주제는 ‘우리 학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 ‘대학 서열 속 우리 학교 위치’. ‘주변 지인들의 대학과 비교’. ‘취업 준비 속 학벌’이었다.

학벌과 관련된 게시글과 댓글의 주요 주제는 연도별로 변화가 컸다. 지잡대에 대한 언급은 지난 2019년 이후로 차츰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입시 결과에 관한 게시물도 감소했다. 해가 바뀔수록 언급이 증가한 주제도 있었다. 2017년과 2018년 ‘학교에 대한 열등감과 비난’ 주제에 비해 미미하게 언급됐던 ‘취업 준비 속 학벌’은 2020년과 2021년에는 최대 노출 주제로 급부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추이 변화는 코로나-19 확산이 주된 배경”이라며 “학생들이 차츰 대학 서열을 결정하는 입시 결과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취업 문제를 제약과 기회의 관점에서 많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벌 관련 주제의 연도별 추이.
▲학벌 관련 주제의 연도별 추이.

▲고착화된 대학 서열 속 우리 학교는 몇 등?
에타에서는 대학 서열에 대한 논쟁이 자주 등장했다. 우리 학교를 제외하면 게시글에서는 서울대가 153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전남대는 111회, 부산대는 90회로 노출 빈도가 높았다. 세 대학 모두 지거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건동홍(건국대·동국대·홍익대)은 78회, 국숭세단(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이 70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대학들은 서울을 소재로 한 사립대라는 공통점을 지녔으며 우리에게 지거국 이외에도 또 다른 참조집단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에타에서는 서울 소재 사립대와 서열을 논하는 게시글이 종종 등장한다. 지난 2019년 5월에 작성된 ‘우리 학교, 인서울 어디 정도 급이야?’라는 게시글부터 지난해 12월에 게시된 ‘우리 학교 훌리짓 안 하고 지거국 급 나열해봄’ 글이 그 예시다. 해당 글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서열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사회심리학적으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상대적 위치를 부단히 확인하려는 욕구를 읽을 수 있었다”며 “자존감 하락과 안도감 등 정서 반응이 다양한 감정 표현들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에 관한 긍정적 평가도 높아
대학 서열화 담론은 에타뿐만 아니라 여러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입시 커뮤니티인 수만휘와 오르비에는 대학 서열과 관련한 게시판이 있다. 또, 몇 대학의 홍보처는 자신이 속한 대학의 서열을 상승시키고자 비공식적인 대학 서열을 앞세운다. 대학 서열과 무관하게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여론도 다수 확인됐다. 두 번째로 많이 등장했던 주제가 ‘우리 학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인 만큼 학생들은 에타에 지역할당제 등과 같은 지거국의 이점을 나열하곤 한다. 지난해 6월 ‘우리 학교가 정말 경쟁력 있고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이라는 게시글에 대한 댓글로 언급된 ‘저렴한 등록금, 지역 내 인지도, 다양한 장학금으로 인한 장점’들 이 전형적인 예다.

김근엽 기자 30dlf@jbnu.ac.kr
윤예서 기자 dptj2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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