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프라이스 개새끼』, 세스 프라이스, 작업실유령

현대 미술을 이해하고 싶다면 어쩌면 이 소설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어떤 예술이론이나 예술사 책보다 현재의 미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책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세스 프라이스가 개새끼인 이유죠.

항상 예술은 그 안에 뭔가가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를 원했고, 몇몇 훌륭한 예술은 어느 정도 성공했어요. 그 성공이 예술을 가치있게 만들고, 매혹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환상이기에 매혹과 모순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그 성공이 고정돼 그 시대를 정의하고 진실이 돼버릴 때가 있어요. 더는 순간이 아니고 시대가 돼버리면, 새로운 예술이었던 예술은 이제 고루한 관습적인 것이 되고, 타파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올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는 예술의 밑바탕 이 되죠. 그것이 과거 예술의 의미이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타파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훌륭한 예술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죠.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요!

죽음과 생성이 함께 공존하는 경계의 아름다움. 그 순간마다 피어나는 것이 새로운 예술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가죠. 그 매혹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 현대 미술과 문학을 동시에 이해하는,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예술을 만드는지에 관해서요. 영화에서처럼 예술가의 특별한 재능에 집중하지 않아요. 예술가가 예술을 만드는 이유는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와 욕망일 수도 있어요. 미술계의 권력 구조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죠. 그래서 이 책은 예술이라는 환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환상에서 탈출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하나의 환상을 만듭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우리는 그 환상을 다시 타파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앞에서 말했듯이 예술에서 예술이 나오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기에 이 책을 쓴 세스 프라이스가 타파의 대상이 되고 개새끼가 되는 구조죠. 이 책을 쓴 저자가 스스로 개새끼라고 고백하는 이유일 거예요.

강성훈│독립서점 카프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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