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에 가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포토월 앞에서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포토월 앞에서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됐다. 지난 2000년 제1회를 시작으로 이번 봄, 제23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라운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등이 위치한 전주 영화의 거리를 비롯해 전주시 일대에서 이뤄졌다. 한산했던 거리는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으로 붐볐으며, 초청 영화 중 100편을 선정해 제작한 100개의 포스터가 푸른 하늘을 수놓았다. 김태희(서울시·17세) 씨는 “하늘 높이 걸린 영화 포스터 등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아 즐길 거리가 다양한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미소와 전주돔 인근에 울려 퍼지는 영화 소리는 오랜만에 축제다운 축제가 열렸음을 실감하게 했다.

▲코로나 이겨내고 돌아온 전주국제영화제
지난 제21회,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규모가 축소됐다. 개·폐막식과 같은 주요 행사가 최소 인원 참석하에 진행됐으며 프로그램이 변경되는 등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되찾으며 활기를 띠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개최된 국제영화제다. 지난 4월 28일, 사회자 장현성과 유인나가 진행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영 화제의 막이 올랐다. 전주돔 좌석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관객이 개막식에 함께했다. 감독, 배우의 레드카펫 등장으로 화려하게 문을 연 개막식의 말미에는 개막작 <애프터 양>이 상영됐다. <애프터 양>은 아시아계 청년의 모습을 한 로봇 ‘양’과 그의 특별한 기억 저장 기능에 관한 이야기다. 개막작을 관람한 전민정(서울시·29세) 씨는 “우리가 현재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 살다 보면 미래에 분명 많은 부작용이 따르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관람평을 남겼다.

개막 후 영화의 거리에선 다양한 즐길 거리가 펼쳐졌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자원봉사자 ‘지프지기’가 기획한 거리 퀴즈 이벤트 ‘짚(지프지기) 퀴즈 온 더 블럭’부터 버스킹 공연까지 다채로운 야외 행사들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짚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명대사 맞히기 등의 게임을 통해 우수 참여자에게 각종 상품을 증정했다. 버스킹 공연은 지난 4월 29일부터 1일까지 3일간 진행됐으며 밴드, 마술 등 여러 장르의 공연으로 구성됐다. 관객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표정으로 마술 공연을 지켜봤다. 버스킹에서 큰 호응을 얻은 ‘고니밴드’는 폐막 이후 지프지기 해단식 축하공연에도 참여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한 층 더 북돋웠다.

전주라운지에서는 줄지어 선 부스들이 방문객을 반겼다. 룰렛 돌리기, 인생 사진 촬영, 자전거 대여소 부스가 마련됐다. 지난해 전주영화제작소 앞에 있던 굿즈샵도 올해 전주돔이 있는 전주라운지로 자리를 옮겨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했다. 방문객들은 전주돔 앞에 설치된 영화제 배너 앞에서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으로 추억을 간직했다. 스무 살까지 영화감독을 꿈꿨던 기억을 품고 영화제를 찾았다는 김진(전주시·25세) 씨는 “3년 만에 맞이한 오프라인 행사라 감회가 더욱 새롭다”며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방문 후기를 전했다.

지난 7일 폐막작 상영을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총 217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났다. <풀타임>은 일하며 혼자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 쥘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폐막식에서는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지프지기까지 레드카펫에 등장하며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영화제임을 강조했다. 이날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제에 방문했다는 이지인(용인시·17세) 씨는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한 뜻깊은 하루였다”며 “폐막작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램펄린을 뛰던 아이가 다쳤을 때 워킹맘 쥘리가 바쁜 와중에도 아이를 걱정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더 풍부하게 만든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이창동 감독 특별전이 진행됐다. 특별전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심장소리>가 공개됐으며, 알랭 마자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과 이창동 감독의 전작 6편이 상영됐다. 특별전을 기획한 문석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이 특별전은 알랭 마자르 감독이 이창동 감독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부터 만들어졌다. 지난 4월 29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진행된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특별전이 영화제의 활기를 조금 더 살리는 데 하나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특별전이다. 해당 특별전은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준비한 회고전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24일 세상을 떠난 故 이태원 전 태흥영화사 대표를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 태흥영화사는 지난 1984년 故 이태원 대표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태흥영화사 소속 감독들이 제작한 영화를 돌아보고,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사에 기여한 업적들을 되새겼다. <개그맨>, <장밋빛 인생>, <취화선> 등 총 8편의 영화가 특별전의 하나로 상영됐다. 이명세, 김홍준 등 1980~90년대 한국 영화계를 빛낸 감독들이 특별전에 자리해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인과 이색공간에서 이야기 나눠요!

▲전주라운지 '토크 스테이지'에서 '시네마, 담'이 진행 중이다.
▲전주라운지 '토크 스테이지'에서 '시네마, 담'이 진행 중이다.

GV(Guest Visit)라고 불리는 ‘관객과 영화인의 만남’이 상영관 밖에서도 이뤄졌다. 봄날의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도, 탁 트인 카페에서도 관객과의 만남은 계속됐다. 전주 영화의 거리 인근 카페 ‘비오브’에서 진행된 ‘전주톡톡’과 전주라운지의 야외무대 ‘토크 스테이지’에서 열린 ‘시네마, 담’이 바로 그 예다. ‘전주톡톡’은 총 12개의 섹션을 통해 카페에서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회차 당 약 15명의 관객만 참여할 수 있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일부 회차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카페에서 진행된 만큼 관객과 영화인이 편안한 환경 속에서 대화를 이어 나갔으며, 채팅을 통한 온라인 관객과의 소통 창구도 마련됐다.

‘시네마, 담’은 지난 4월 29일부터 1일까지 총 12개의 섹션으로 관객을 찾았다.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였기에 별도의 티켓 판매 없이 즉석에서 관객을 모집했다. 티켓 없이도 참여가 가능했던 만큼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방문한 관객부터 특정 배우를 보기 위해 온 노부부까지 폭넓은 관객이 수용됐다. ‘시네마, 담’ 무대에 오른 김준석 배우는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더욱 큰 발전이 있길 바란다”며 “정해진 규약 없이 다른 시각과 형식으로 탄생한 독특한 작품들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어린이날은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어린이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가족의 모습이다.
▲어린이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가족의 모습이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개최됐다. 영화제 기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키즈존이 전주라운지에 마련됐다. 키즈존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사방치기, 연잎밟기와 같은 놀이 공간과 온 가족이 함께 누워 있을 쉼터, 어린이날 기념 야외 전시장 등으로 구성됐다. 야외 전시장에서는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이 라는 이름의 캠페인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올해가 처음 열리는 어린이날이라면, 어린이 여러분은 어른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나요?’를 주제로 어린이 401명 에게 질문한 뒤 답변을 수집해 진행됐다. 취합한 답변을 바탕으로 선언문이 제작됐고, 이 선언문에 30인의 일러스트 작가가 그림으로 화답했다. 어린이들의 자필로 적힌 선언문과 작가의 그림이 함께 전시돼 어린이의 권리를 알리는 동시에 예술성도 함께 붙잡았다.

또한, 어린이날 당일에는 ‘어린이날 100주년 특집: 아동권리 시선으로 영화를 보다.’ 시네마 토크가 진행됐다. 해당 토크는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 상영 후 아동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전주돔에서 복원판이 무료 상영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영화 관련 이벤트가 펼쳐졌다. 어린이날 자녀와 함께 영화제를 찾은 박은영(전주시·34세) 씨는 “어린이날을 즐기는 것과 더불어 아이에게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인 전주국제영화제 체험 기회를 주고자 방문했다”며 “오랜만에 코로나를 잊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된 것 같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제1기 시니어 자원활동가 선발과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행사가 이뤄져 남녀노소 모두 하나 돼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

백선영 기자 seonyoungkk@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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