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닌 ‘하고 싶은’ 여행을!

장을 봐오라는 심부름 계기로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
휠체어를 탄 채 즐길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구상
장애인이 사회로 한 발자국 내딛는 데 일조하고 싶어

“장애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뭐든 해낼 수 있고 해내도록 할 거예요.” 가죽 재킷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한 남성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의 눈은 빛났고 그의 얼굴은 무엇이든 해낼 것이라는 의지로 가득했다. 바로 장애인 여행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업가, 무빙트립의 신현오(경제·18졸) 대표다.

유년 시절 신현오 씨는 조용히 있는 것보다 나서길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였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 그렇게 무탈하고 명랑하게 자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즘, 네 살 때 진단받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 그의 자유로움을 앗아갔다. 팔과 다리의 근육 힘이 약해졌고 현오 씨의 모든 움직임은 휠체어가 동반돼야만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스무 살에 독립했다. 장애가 있으니 오랜 시간 가족의 돌봄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독립과 동시에 맞이한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신경 쓰였어요.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니까 점차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그를 집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은 휠체어로 인한 신체적 힘듦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과 차별이었다.

집 밖에서 잘 나오지 않던 현오 씨는 어느 날 운동 짝꿍인 어느 교수의 ‘심부름’ 임무로 점차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장을 봐오라고 한 후 바로 문을 닫으셨어요. 굳게 닫힌 대문 앞에서 당황했지만 단호한 태도의 교수님을 설득하는 것보다 심부름을 다녀오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휠체어를 몰고 거리로 나섰어요. 그게 시작이에요.”

가게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히려 자신감이 차올랐고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니’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벼워졌다. “해보지 않은 일을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하니 두려웠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어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사서 걱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 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심부름이라는 사소한 도전은 패러글라이딩이라는 더 큰 도전으로 이어졌다. 연이은 도전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서인지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전 그는 걱정보다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대지를 떠나 하늘로 떠오른 현오 씨는 온몸을 바람에 내던졌고 세상이 주는 시원함과 자유로움을 즐겼다.

“패러글라이딩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고 새로움이었어요. 그러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이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계기로 현오 씨는 여행 사업에 도전하게 됐으며 이 경험을 살려 첫 여행 상품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그렇게 신 대표는 지난 2018년 도 8월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장애인 여행상품들이 그저 눈으로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던 그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액티비티 여행 사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그는 여행 노선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당사자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했다. “여행지로 이동하는 경로에 계단이 있다면 그 장소에 휠체어 이동로를 만들고 식당에 휠체어가 들어갈 입식 탁자가 없다면 좌식 탁자를 직접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그의 진정성에 보답하듯 매출액은 나날이 상승했다. “사업 초기에는 고객이 정말 한 명도 없었어요. ‘장애인은 하지 못하는 활동’ 이라며 체험 장소 섭외가 잘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죠.” 신 대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 체험장 사장님을 설득했고 이 덕택에 장애인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사업에 힘이 부칠 때마다 첫 손님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요.”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했던 손님이 체험을 마친 후 땅으로 내려오며 “꿈으로만 꿨던 일을 현실로 이뤄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건넨 미소가 아직도 선명해요“

신현오 대표는 액티비티 체험 사업에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 사업과 장애 학생들을 위한 학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삶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사회로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제가 나서서 그들에게 장애인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요!”

김근엽 기자 30dlf@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