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보고 있으면 본인 가정의 소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학교 에브리타임에서도 ‘중산층’, ‘소득분위’ 등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글이 쏟아진다. 그런 글을 보고 있으면 묘한 경향이 보이는데, 대부분 사람이 자신이 속한 가정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을 실제보다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의 ‘경희대 대나무 숲’ 페이지에 올라왔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글쓴이의 가정은 서울에 20억 정도 하는 집 한 채만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고, 글쓴이는 한 달 용돈으로 65만 원을 받는 ‘전형적인 중산층’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글쓴이의 ‘중산층’의 기준이 왜곡됐다는 비판이 여럿 가해졌다.

그런데 비단 위의 예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자기 인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우리 집은 월 소득이 600 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어째서 9분위냐’, ‘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긴급재난지원금을 못 받느냐’ 등의 발언을 인터넷에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자신의 소득수준 인식과 관련된 최근 조사에서 많은 사람이 월 소득 600 만 원에서 700만 원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했지만, 올해 기준 중위소득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 중산층의 소득 기준은 약 월 144만 원에서 388만 원 사이다. 실제로는 고소득자, 중상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중산층이라고,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계층 관념의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서구권의 계층의식을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관적인 만족감, 개인적인 감상만을 가지고 자신이 속해있는 계층을 규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자기 인식은 대체로 자신의 약자성을 어필하는 데 사용된다. ‘나도 중산층 혹은 서민 정도밖에 안 되는데, 왜 나는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인식들로부터 파편화된 개인주의를 발견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아니라 나의 이익만을 위해 가난이라는 약자성까지 전유하는 개인주의. 이런 개인주의가 도달하는 곳은 고립되고 파편화된 개인이다. 나의 어려움, 나의 고통, 나의 이익에만 몰두한 채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개인. 이런 개인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연대 의식’이라는 것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성찰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추지완 | 독어교육·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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