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낚시·수묵…짜릿한 손맛 자랑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편리함과 빠른 것만 찾는 요즘, 건지벌에는 정성과 연구를 기울여 ‘손맛’을 표현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손맛을 베풀고, 연구하고, 즐기는 이들의 신명나는 ‘손맛 Life’를 들여다보자.

“손맛의 비결은 가족처럼 여기는 것”
조리사 이인자 씨

점심시간만 되면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50여가지 메뉴의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의 이마엔 어느새 ‘食’이 새겨진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후생관에서 이러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 주는 이인자(50·송천동) 조리사를 만났다.
한식이 주특기인 이씨는 후생관에서 제육덮밥, 불고기비빔밥, 추억의 도시락 등 덮밥, 비빔밥, 도시락을 탄생시키는 담당자다. 후생관에서 인기순위 1, 2위를 다투는 최고의 인기 음식인 새우볶음밥과 도시락도 이씨의 작품이다.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 이 일을 시작한 그녀는 18년 동안 우리학교 식당에서 건지인들의 맛과 건강을 챙겨주고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하는 그녀는 점심식사 30분을 제외하곤 오후 5시까지 음식조리에서부터 뒷정리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일을 한다. 쉴 틈 없는 고된 일이지만 이씨는 “학생들이 ‘이모’하고 부르면서 한 그릇 더 달라고 할 때나 맛있다고 해줄 때 신이 난다”며 “학생들에게 힘을 얻어 피곤한 줄도 모른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손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착한 학생들이 맛없어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라며 겸손해하지만, “내 아이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만든다”는 한 마디 말로 최고의 요리비법을 대신한다.
아들딸 같은 학생들에게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그녀의 손은 물기 마를 날 없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매니큐어를 바르지도, 향기가 나지도 않는 주름진 손이지만 밀려오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바쁜 손놀림에 애정과 보람이 묻어난다. 정겨운 인자 씨, 그녀의 손맛 덕분에 입이 즐거운 사람들이 늘어간다.

김선희 기자
ksh107@chonbuk.ac.kr

“짜릿한 농어의 몸부림, 잊을 수 있나요”
낚시광 장환석 씨

낚시는 세월을 낚는 것이라는 옛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강태공을 만났다. ‘낚시는 과학이다’라고 주장하는 그는 교직원 사이에서 낚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낚시광 장환석(정보전산원) 씨다.
10살 때 낚시를 즐겨하시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그의 40년 낚시 인생이 시작됐다. 장씨는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첨벙첨벙 물을 가르며 잡던 피라미, 메기를 시작으로 지금은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스포츠 피싱을 즐기는 그에게 파도가 세게 치는 날, 파도가 하얗게 올라오는 곳에 모여있는 농어는 최고의 파트너다. 장씨는 “참돔이나 광어는 여름에 살이 물러서 맛이 없는 반면 농어는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것이 최고”라며 또 “바늘에 걸렸을 때 농어가 보여주는 몸짓이 짜릿하고도 멋있다”고 농어 루어 낚시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주위사람들이 멀미 때문에 기피하는 바다 낚시는 그에게 청룡열차를 타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라고. 낚시를 할 때면 모든 근심 걱정을 잊는다는 그는 “낚시는 자신이 낚고자 하는 어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온, 활동범위, 미끼, 낚시대 등을 선택하는 ‘과학의 집결체’”라고 설명했다.
환석 씨는 낚시꾼들이 '손맛' 뿐만 아니라 큰 고기를 잡을 때 손에서 허리까지 전달되는 '몸맛', 찌를 던질 때의 '눈맛', 회를 먹을 때의 '입맛' 의 4가지를 느껴야 진짜 낚시의 '참맛'이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모든 바다 낚시꾼들의 꿈인 따오기(㏐이상 농어)의 손맛을 맛보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분석과 연구를 통해 낚시의 과학을 보여주겠다는 현대적인 강태공인 만큼 언젠가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이다. 광대한 바다에서 맛보는 짜릿한 따오기의 손맛, 그 뒷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선희 기자
ksh107@chonbuk.ac.kr

 

“붓끝에서 전해지는 떨림이 아름답죠”
수묵화가 이철량 교수

필묵이 화선지와 맞닿자 검은색이 은은하게 번지고 힘있게 움직이는 붓의 흔적들은 예술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렇게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번짐’의 미학이 수묵화가 이철량(예술대·동양화) 교수의 손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현재도 ‘수묵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이 교수에게 수묵화는 ‘반복할수록 깊이를 모르는 미지의 공간’이다. 60여 년 동안 수묵화를 그린 이 교수의 겸양이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수묵화의 재료인 먹, 붓, 종이는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다”며 “작은 떨림까지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수묵화를 그리는 매력”이라고 밝혔다.
작업을 할 때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생각을 버리고 無의 상태가 되는 것. 이 교수는 “생각을 비워내고 작업을 진행해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작품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 그 본연의 모습으로 붓을 잡고 한 획 한 획을 그어 작품을 완성해간다.
수묵화는 온 마음과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한국의 전통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이 바로 수묵화”고 덧붙였다. 1980년대에 이 교수가 참여한 수묵화 운동은 상업화된 미술계를 비판하고 전통미술을 되찾는 운동으로 미술운동의 첫 시작이며 후대 미술운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3년 전부터 ‘도시’를 주제로 작품 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이 교수는 “붓은 도구가 아닌 나의 손과 같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미 그의 손이 된 붓 놀림 속에서 도시 속 인간의 고독함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 교수의 손맛은 바로 수묵과 예술의 맛이다. 
정미진 기자
jmj@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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