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cm 이하가 루저 아닌 독서량 18권 이하가 루저다'
요즘 대학생들의 화두는 단연 취업, 토익, 스펙. 이들에게 낭만적인 감수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전북대신문에서는 대학생들의 메마른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되살려 보자는 취지로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로 개성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외수 작가를 만나보았다.  <엮은이 밝힘>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을 찾아간 날도 메마른 이들의 감수성을 되찾아주느라 전날 밤을 꼬박 새웠는지 이른 시간 이외수 작가를 만나는 것은 참 어려웠다. 인터뷰는 오후 5시 즈음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전정희 기자 (이하 전): 우선 축하드린다.‘2010년 네티즌선정 최고의 작가 1위’로 뽑히셨다. 소감이 어떤가?
이외수 (이하 이): 의외였다. 어쨌든 독자들이 사랑해준다는 이야기로 본다. 그러니까 이렇게 끊임없이 찾아오고 그러지 않겠나. 더욱이 이런 젊은 세대가. 작가는 독자의 사랑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

 

'화천군의 3대 명물 산천어, 수달, 이외수'

전: 요즘 강원도 화천군의 3대 명물을 산천어, 수달, 이외수의 감성마을라고 한다. ‘감성마을’이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감성마을 소개 좀 부탁드린다.
이: 누군가가 춘천의 3대 명물이라는 말을 모방해 화천군 3대 명물을 만든 모양이다. 화천 관광 3종 세트인가?(웃음) 화천 군수의 초청으로 감성마을 촌장을 맡게 됐다. 화천군수는 화천군의 낙후된 문화공간을 좀 더 풍족하게 조성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주민을 설득하고 적기 않은 돈을 투자해 감성마을을 조성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자연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자연의 말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말을 자연에게 전하는 사랑의 매개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이름도 감성마을이라고 지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감성마을을 탐내고 흉내 내려고 하는데, 하- 이미 특허 냈다. 소용없다. 내가 그렇게 느린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감성마을을 사람들이 방문해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배우는 장소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 감성마을에 살고 계시고, 작가의 책들 중에도 ‘감성사전’등 감성을 다룬 책들이 많다. 이처럼 감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 이유를 듣고 싶다.
이: 이 시대는 정신과 물질이 균형을 잃어버렸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공부도하고 돈도 버는 것인데 한동안 우리사회는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가져 다 주는 것으로 생각해 끊임없이 물질의 풍요 쪽으로만 향해갔다.
나는 20년 전부터 이성이 주도하는 시대는 가고 감성이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감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려고 노력해왔다. 요즘은 트위터 등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의 통로가 넓어져 감정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항상 그 고독을 달래서 깨워줘야겠다는 의무감까지 든다. 트위터를 감성충전소로 활용하며 글 자체를 치유제로 쓰고 있다. 말 한마디로 자살자를 구원 할 수도 있고, 글 한 줄로 우울증 환자나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도 있다.

 

'키 180cm 이하가 루저 아닌 독서량 18권 이하가 루저다'

이:
 

전: 감성이 주도하게 될 이 시대, 그 중심에 문학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읽기’를 게을리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기가 적게 읽는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키 180cm이하가 루저가 아니고, 1년에 책 읽는 권수가 1.8권 이하인 사람이 루저이다. 적어도 키 180cm이상이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1년에 18권 이상 읽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끔 작가들에게 그 책임을 넘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작가들이 많다.

전: 이 시대에 문학은 어떤 사명을 갖고 있나?
이: 인간이 언제 행복한가를 생각하면 정신과 물질이 균형이 잘 잡혀 조화로울 때이다. 문학이 그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구연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 바로 문학과 예술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술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문학의 사명은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대학생 때 ‘조낸 버티는 법’을 체득했다

전: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가님의 대학생활은 어땠나.
이: 치열했다. 그 당시 나는 가진 것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했다.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술밖에 없다고 생각해 잠은 안자고 밤에는 미술실에서 그림 그리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거짓말 안하고 미술실, 도서관만 다녔다.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위해서 하기 싫은 것 열 가지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젊었을 때 나는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수많은 욕망들을 인내하며 살았다. 음식, 수면, 소유 등의 욕구를 짓누르며 산거다. 사실 ‘조낸 버티는 법’을 체득했다고 할 수 있다.

전: 이외수의 소생법, 생존법, 소통법 등 작품을 통해 많은 비법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대학생들에게 20대를 잘 보내는 비법을 전한다면?
이: 대학생들의 감성이 사막 같다고 하면 화낼 것 같지만 사막으로 표현하고 싶다. 메마르고 삭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모두 아는 것처럼 사막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비가 내리지 않아 사막이 황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반대다. 사막에는 비가 내려도 비를 반기는 것들이 없다. 자신을 그리 냉대하니 비도 자존심이 상해 오지 않는 것 같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먼저 자양분을 길러야 발전이 있다. 요즘 대학생들도 마음에 무엇인가 키워야 하는데 도서관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술집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다. 20대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인데 현실은 질풍로또의 시기이다. 아- 심각한 문제인거지.
20대는 성공을 하는 나이가 아니고 성공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서두르지 말고 튼튼하게 정신적인 재산을 모으는데 집중해라. 본인에게만 희망찬 꿈보다는 사회 기여도가 높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꿈과 미래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전: 가장 최근 작품 ‘아불류 시불류’에 이어 작가로서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떤가?
이: 하- 이제 서서히 소설을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재미에만 빠지는 글이 아닌 읽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내 스스로도 ‘이외수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를 대표할 작품이 나오면 절필할 것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을 녹색 성장 시켜야 한다


전: 마지막 질문하겠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 음, 먼저 정부한테 한 마디하고 싶다. 정부는 자연을 녹색 성장시키려고 애쓰지 말고 젊은이들을 녹색으로 바꿔주는 일에 구체적 투자와 정책을 실행하길 바란다. 자연은 누군가가 성장시키지 않아도 그대로 두면 시퍼렇게 절로 자라 오르게 돼있으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로 보면 봄인데 그들의 삶을 색깔로 본다면 거의 갈색이다. 이건 국가적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청춘들에게도 한 마디 전한다면 제발 책 좀 읽었으면! 책의 기능 중 하나가 현실 속에서 살아 볼 수 없는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협소한 삶의 체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벅찰 수밖에 없다. 인생을 많이 살아 본 사람입장으로써 책 좀 ‘제발’ 읽기 바란다.


사진·글┃전정희·정상석 기자 june@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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