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머리스타일을 바꾸고자 구정문의 한 미용실로 향한 기자. 예전부터 ‘찬란한 유산’ 드라마에 나온 한효주 머리, 일명 초코송이 머리가 예뻐 보여서 이제껏 길러왔던 치렁치렁한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 미용실 언니에게 “언니 저 한효주 같은 파마 해주세요” 했더니 언니 왈. “요즘 누가 그 한물 간 머리를 한담…물결펌을 해보세요”
유행에 따라가지 못한 부끄러움 반, 나의 스타일을 무시하고 다수가 말고 나갔다는 물결펌을 권고 받았다는 데에 대한 분노. 나는 언짢은 마음에 파마는 관두고 머리만 싹둑 단발로 자르고 미용실을 나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볼륨감 있는 초코송이 머리도 아닌, 유행하는 물결펌도 아닌 그저 뻗댄 단발머리로 살아가고 있다.
#2. 좀 더 얼마 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린 기자. 문자를 보낼까 말까, 이 마음을 고백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후배가 연애법 책을 건네며 말한다. “선배, 이 책에서 여자는 죽어도 먼저 고백하는 거 아니래요.” 이어서 “아, 먼저 연락하는 건 연애무덤을 파는 거래요”
음. 듣고 보니 그럴싸한 말들이라서, 괜히 ‘연애 박사의 연애법’대로 안 했다가 창피만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연락하려던 마음을 고이고이 접어 깊숙이 묻어버렸다.

자신의 개성이 강하거나 대담한 사람이라면 기자의 이야기 #1, #2를 보며 코웃음 칠 테지만 나는 좀 소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고 멈춰서버렸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뭐 그렇게 법칙이 많은지. 요즘은 인터넷, 최신 유행한다는 스마트폰 등으로 다른 사람들이 사는 법칙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를 다 볼 수 있게 되니 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 좋기는 하다만 나 같이 줏대 없는 사람은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머리스타일과 연애법은 약과다. 요즘엔 취업, 행복, 자기개발 등 우리가 꼭 그렇게 해야 성공한 인생, 성공한 취업을 이룬다는 듯이 말하는 것들이 많다. 심지어는 여행을 떠날 때에도 어떤 느낌을 얻어야 하는 것까지 다른 사람이 말해주려 한다.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안 돼, 유행 아니면 안 돼, 주류 아니면 안 돼, 한물 간 것은 안 돼, 남이 하는 것만 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유행이 아니면 어떠랴. 무엇보다 내가 해 보고 싶은 머리였으며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이었던 것을. 누가 우리에게 삶의 법칙을 강요하는가.
우리는 청춘. 다른 사람들이 살아버린 삶을 똑같이 살 이유는 없다. 실패도 해보고 웃음거리도 돼 봐야 조금씩 발아되는 내 스타일을 찾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것을 찾게 될 때. 우리는 딱 행복해 질 것이다. 진실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 당당히 하면서 살자.
아무리 물결펌이 유행한다고 해도, 기필코 나는 개강 전에 초코송이 머리를 하러 가련다. 아니면 지금의 뻗댄 머리도 나쁘지 않고. 고백은? 글쎄, 내가 조금 더 대담해진다면.
대학부장┃장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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