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MBC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사실 MBC 노조의 파업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시도된 MBC 장악을 위한 일련의 수순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태의 책임은 명백하게 이명박 정부와 방송문화진흥회, 그리고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 왜 그런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 간 언론장악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왔다. 그 결과 MBC를 제외하고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통해 KBS와 YTN 등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KBS에서는 예전의 날카로운 비판 프로그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줄기차게 방영되고 있다. 80년대의 ‘땡전뉴스’가 울고 갈 만큼 ‘명비어천가’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 ‘국민의 방송’을 강조하고 있는 KBS의 현주소다. 

MBC 장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왔던 언론장악 시나리오의 종착역이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친여 인사들은 틈만 나면 <PD수첩>을 비롯한 비판 프로그램을 손보겠다고 발언하고 나섰고, 결국 올해 2월 엄기영 사장을 강제로 내몰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친MB 인사’로 널리 알려진 김재철을 사장 자리에 앉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장악을 위한 음모의 일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그게 바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이른바 ‘큰집 조인트’ 발언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어떤가? 권력의 후광을 등에 업고 MBC 사장 자리에 앉았으니, 애초부터 ‘권력 감시와 견제’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황희만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황희만은 ‘낙하산 인사’, ‘MBC 장악’ 논란의 핵심에 있던 인물로 MBC 노조가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는 또 자신과 MBC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우룡을 고소하겠다고 큰 소리 쳤지만, 이마저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겨버렸다. 상황이 그러한 바, MBC 노조의 파업은 ‘권력에 대한 저항’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편은 MBC가 왜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또 이명박 정부가 왜 그토록 <PD수첩>을 폐지하려 했는지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MBC마저 권력에 굴복한다면 어쩌면 앞으로 한 동안, 혹은 영원히 ‘검사와 스폰서’처럼 권력을 감시하는 비판 프로그램을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것은 MBC 파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MBC 파업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때다.

김환표┃전북민언련 사무국장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