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처한 여건에 따라 여성이 선택
반대 측…낙태근절 위한 현실적 대책 필요
잘못된 사회 인식전환 및 맞춤 정책 절실

지난달 3일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이하 낙태) 수술 병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여성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프로라이프(Pro-Life)’와 산모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프로초이스(Pro-Choice)’논쟁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북대신문은 이미 서구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최대 논쟁거리 중 하나인 낙태문제에 대해 독자들이 심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양측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엮은이 밝힘>

 

△지난 8일 우리학교 서문에서는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세계 여서의 날 지역대회'가 열렸다.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 보장해야
낙태 금지보다 사회적 여건마련 필요

우리 지역 내에서도 원하지 않았던 임신에도 낙태시술을 하지 못해 다수의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대 A씨는 “친구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해 고통을 겪었다”며 “임신이후 여성이 짊어지고 가는 책임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미혼모 여대생의 경우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현실적으로 학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탁아시설 등의 양육 서비스나 미혼모 학생의 학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가 없는 시점에서 미혼모 여대생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 모 포털 사이트에는 올해 들어 강력해진 불법낙태 단속 및 처벌로 수술이 가능한 전주지역 병원을 문의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강력한 단속으로 수술비가 대폭 상승하는 등 낙태는 더욱 음지화 되고 있다.

지난 8일 우리학교 서문 앞에서는 전북여성단체연합 주관의 세계 여성의 날 지역대회가 열렸다. 당일 대회에서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이하 성폭력예방센터)는 여성의 몸은 국가 발전을 위한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성폭력예방센터 김보연 사무국장은 “현재 모자 보건법은 국가의 산하정책에 따라 여성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통제, 제한하는 법률”이라며 “국가는 여성의 몸을 통제하면 출산율 감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모자 보건법 제 14조에는 낙태 수술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례가  명시돼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간의 임신,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낙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와 고려대 의대의 ‘낙태 실태 및 연구조사’에 따르면 연간 34만 여건의 낙태시술 중에서 95.5%인 32만 5천여 건이 불법적인 시술이며 모자보건법 상 허용되는 낙태시술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현재 불법 낙태의 90%는 생계유지와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경우 오는 7월부터 낙태 허용법이 발효된다. 새 법에 따르면 산모는 임신 14주까지는 제한 없이 낙태를 시술할 수 있고 미성년자 또한 부모의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의 여성에게 폭넓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인식전환과 출산 환경을 개선하면서 낙태 허용 이전보다 낙태율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유엔경제사회국(DESA) 인구정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임산부 본인이 원하거나 사회·경제적인 이유의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는 69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무국장은 “여성의 신체 결정권을 침해하면서 출산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강제적인 낙태 금지 보다 출산 이후 여성의 사회 활동 유지를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을 철저히 구축하는 것이 우선”고 주장했다.
민지수 기자
mjs@jbnu.ac.kr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24일 '2010 태아 살리기 범국민 행사'를 진행했다.

 

낙태, 뱃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입니다
주먹구구식 대처보다 현실적 해법 절실

법적으로 최소한의 낙태만 허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실은 매우 쉽게 임신중절이 자행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달 3일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를 시술하는 산부인과 3곳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낙태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심상덕 윤리위원장은 “사회에 낙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의 정책마련 및 사회 인프라 준비를 촉구하기 위해 고발 조치를 취했다”며 “고발 이후 일시적으로 낙태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현재 다수의 병원이 과거의 행태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3년 모자보건법 제정과 더불어 산아제한 정책이 암묵적으로 진행돼 오면서 낙태문제가 야기됐다. 70년대 아이를 많이 갖는 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었고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나아 잘 기르자’ 등의 표어까지 등장했다.

낙태시술은 산모의 건강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낙태는 반복적인 조산 및 저체중아의 발생이 늘어나게 되고 불임의 위험 요인이 된다. 시술 후 골반염 등 염증성 질환 및 수면 장애, 신경 쇠약과 같은 낙태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릴 위험도 높다. 윤리적인 문제도 피해 갈 수 없다. 복중 태아 역시 생명체이며 낙태는 또 다른 살인이라는 목소리도 설득력이 높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시해서 낙태 단속을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삼았던 정부는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불법 시술병원을 고발하자 지난 3일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낙태를 줄이기 위해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미혼모 지원을 늘리는 한편 ‘불법 낙태 시술기관 신고센터’를 만들어 낙태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현실과 괴리돼 있는 규정에 얽매여 신고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부작용만 양산한다며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심 윤리위원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낙태 근절을 위한 의지가 없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정책적 제도 마련과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 해 낙태공화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24일 종교계와 법조계, 의료계와 일반인이 참석한 가운데 ‘2010 태아 살리기 범국민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정부에게 주장한 낙태 근절 5대 우선 정책과제는  현재의 출산장려금 5배 이상 증액  두 자녀 이상 가정에 주택을 분양하거나 임대하고 학비 보조금 월 50만원 이상 지급  미혼모 시설과 보육시설 확충 및 미혼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미혼모 차별 금지법 제정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의 치료를 국가가 무료로 책임지고 장애인 보조금을 월 50만원 이상 증액  산부인과 전문의를 각 초·중·고등학교에 피임 상담과 성교육을 전담하는 교사로 배치하고 이수 시간을 50시간 이상으로 늘릴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심 윤리위원장은 “낙태가 정말 필요한 경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적인 근거로 시행되어야 한다”며 “정부에서는 낙태와 관련된 법적, 제도적 정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승훈 기자
psh050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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