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오징어

                                                                                          김예진│국문·08

삼각 김밥 헤어스타일
포댓자루 같은 몸매
미끈덩허니 쫙 빠진 다리
단번에 내 자태에 빠져들지요.
내 고향 울릉도 청정해역에서
자라 그 맛도 일품이지요.

바다를 누비고 다니다 잡혀
내장 떼이고 박박 씻겨서
죽창에 쫄쫄허니 대롱대롱 매달려서
짜디짠 바닷바람 온 몸뚱아리로 맞으며
단박에 구워질듯 태양빛에 일광욕하고
그렇게 난 빼싹 말라갔지요.

몸뚱이 최고로 앙상해질 무렵
남편이랑 싸웠는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줌마
한참을 이내 몸 질겅질겅 씹어대더니
금세 화색이 도네요.
짜증날 때 짭쪼름하니 맥주에 최고지요.
그렇다고 너무 씹으면 변비 생긴다지요.


오징어의 맛은 언제 먹어도 짭짤하고 또 일품이다. 하지만 맥주와 더불어 먹을 때 더욱 가치가 있다. 이 봄 같지도 않은 봄날 ‘나’는 누구에게 오징어인가. ‘나’는 누구에게 맥주인가. ‘나’는 너무 과하지는 않는가. 생각이나 질근질근 씹으면서 봄을 건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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