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눈이 부시게 철 늦은 서설이 내렸다.
두보는 <봄날 즐거운 밤 비(春夜喜雨)>에서 '단비가 때 맞춰 내린다(好雨知時節)'라 했고, 또한 단비는 '바람타고 온 밤비, 소리 없이 세상 적신다(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라 했다. 봄비는 금비다.
벌써 남쪽엔 꽃 소식이다. 대학 본부 앞 뜰 산수유도 노랗게 눈을 떴다.
그런데 시샘이라도 하듯 눈부시게 철 늦은 서설(瑞雪)이 내렸다. 서설은 풍년을 예고하는 징조다(瑞雪兆豊年).
눈에 고개 내민 설중매(雪中梅)가 정겹게 느껴진다. 눈을 이고 피는 청순함과 있는 듯 없는 듯 풍기는 향기는 황량한 세상의 한줄기 서광이다. 눈 속에서 피기 때문에 매화향기가 더 값지겠다(梅花香自苦寒來).
단비와 서설이 적절하게 내리니, 올해는 좋은 일들만 있을 것 같다.
정초부터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즐거운 단비였다.
봄비가 오기까지 긴 겨울이 있듯이 만사에 시련이 있기 마련이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처음 훈련을 할 때, 거의 매일 울었단다. 오서는 "연아가 궁극적으로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기를 원했고, 이제는 정말 훈련하는 것을 즐기게 된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는 연아에게 먼저 스케이트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제아무리 흥미가 있고, 재능이 있어도 노력 없인 꿈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주어진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가이든 운동선수든 직장인이든, 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원'과 '타고난 운', 그리고 '투입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 가지 일에 최소한 1만여 시간을 넘게 투자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시간을 투입하여 대략 10년이 돼야 1만여 시간이 된다(《1만시간의 법칙》, 이상훈).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하루에 최소한 3시간 이상을 투자한다.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은 이미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 단지 목표 달성만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힘겨운 고통의 연속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즐거운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공자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듯이...(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2010년 새롭게 시작한 한 학기. 단비가 때 맞춰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서설이 포근히 대지를 감싸니, 저절로 기운이 나고 흥겹다.
눈이 녹고 나면, 온갖 꽃들이 아름씩 아름씩 우리에게 안겨 올 것이다.
올 한해도 삶을 재미있게 즐기며 힘차게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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