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월평균 60만원, 최고 24시간 근무
‘돌봄 노동자는 전문 인력’인식 필요

◇돌봄노동자 이영자 씨가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 ‘돌봄 노동자’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시민들의 편견으로 저임금·장기간 근무·고용 불안정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말없이 신음하고 있다.

간병인·보육교사·요양 보호사 등 우리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돌봄 노동자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돌봄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에 가입 되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3년 전 실시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으로 필요인력보다 5배 많은 근로자가 양성되는 바람에 민간 기업에 의해 일자리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 우리지역의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1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돌봄 노동자는 월평균 60만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최저 8시간부터 최고 24시간(격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은경(군산시 조촌동·26) 씨는 3년 전부터 A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에 평균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하루 10시간을 넘는다. 또한 하루 종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놀아줘야 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없고 주말에도 근무해야 한다. 신 씨는 “아이들이 좋아 택한 직업이지만 들쑥날쑥한 근무시간으로 힘들다”며 “정부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보육교사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998년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영자(군산시 문화동·57) 씨는 하루 8시간씩 환자를 돌본다. 다른 노동자에 비해 근무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환자를 돌보는 직업 특성상 각종 세균에 감염돼 피부병에 걸리고 짧은 점심시간으로 인해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 혼자 여러 환자의 식사 및 목욕 수발을 들다보니 ‘왜 우리 부모에게 신경을 쓰지 않느냐’는 보호자들의 항의가 잦다. 이 씨는 “간병 이외에도 담당해야 하는 잡무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선진국의 경우 돌봄 노동은 1990년대 이후 복지정책과 맞물려 사회정책에 포함돼 여성들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인 노동이나 서비스로 간주하고 있다. 일본·미국의 경우 돌봄 노동자에게 연금수여, 복지정책 등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전북여성노동자회 김희전 대표는 “돌봄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하지 말고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며 “다른 선진국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고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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