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벌에 꽃 내음 싣고 온 꽃바람이 분다


건지벌에 꽃 내음 싣고 온 꽃바람이 분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슬며시 건지벌에 봄이 찾아왔다. 온갖 꽃바람이 살랑대며 우리학교 정원과 학생들에게 봄기운을 전해주고 있다. 어디에서 이렇게 꽃 내음이 이는가. 건지벌 구석구석 싱그러운 ‘꽃바람’을 찾아봤다.  <엮은이 밝힘>

씨 심은 데 꽃 나고 꽃 피는 데 향기난다


우리학교의 상징 표범 상에서 인문대 가는 길목에 봄을 알리는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건지인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상대 후정을 비롯한 곳곳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제아무리 눈꽃, 이야기꽃들이 예쁘다고 우겨도 진짜 땅에서 피는 봄꽃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건지벌의 꽃을 관리하고 있는 우리학교 조경팀 김종연 씨는 모든 봄꽃이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산수유 꽃과 수수꽃다리, 수선화가 으뜸이란다. 
개나리가 봄의 전령사라고? 그건 산수유나무를 몰랐을 때 하는 말이다. 산수유나무는 지금부터 잎이 나오기 전 4월까지 피어난다. 개강 쯤 피어 가을에 열매 맺는 산수유나무는 건지인 생활과 비슷하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산수유나무는 꽃도 잘 피지 못하고 혹시 핀다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학생들이 방학 때 실컷 놀고 오면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처럼. 수수꽃다리는 흔히 말하는 라일락이다. ‘건지벌 봄 내음=라일락 향’이라고 할 만큼 라일락은 우림인재등용관 주변과 분수대주변 등 학내 곳곳에 900여 그루 퍼져있다. 수선화도 수수꽃다리 못지않게 꽃향기가 좋다. 그렇지만 수선화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위풍당당함’이다. 어디에서 자라더라도 난초와 같은 고귀함을 잃지 않는다.
매력적인 봄꽃들을 길에서만 보기엔 너무 아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활공간 가까이에 꽃을 심고 꽃을 가꾼다. 김종연 씨는 “식물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을 알아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식물은 사람의 노력을 저버리지 않고 정성을 들인 만큼 꽃망울도 크게, 색도 예쁘게 피어난다”고 전한다.
학교에 있는 나무와 꽃이 훼손되는 일이 잦다. 김종연 씨는 구성원들의 나무를 하나씩 만들어 이름을 붙여 놓으면 건지인들이 식물을 더욱 사랑할 것 같단다. 그의 마음이 봄 햇살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식물을 사랑하는 그의 정성이 가득해서 일까. 코끝에 동풍에 실린 꽃내음이 살랑인다.


꽃무늬로 화사한 봄을 맞이하다


봄이 찾아온 캠퍼스의 패션 트렌드는 단연 꽃이다. 아직 꽃이 피기엔 이르지만 쉬폰 드레스에서부터 티셔츠 심지어 가방까지 벌써부터 만개했다.
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즐겨 가꿔왔으며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한 각각의 꽃들이 부, 풍요, 종교 등을 상징하기도 했다. 고대에는 벽지, 도자기 등 생활용품에 꽃무늬를 사용했지만 본격적으로 옷에 꽃을 수놓기 시작한 때는 사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예술에 관심이 커진 르네상스시대부터다. 그 후 꽃무늬는 시대와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비잔틴시대의 꽃무늬는 고귀함의 상징으로써 당시 중국에서 들어온 값비싼 실크에 꽃무늬를 새겨 귀족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용도로 이용됐다. 동양과의 무역이 활성화되었던 산업혁명 이후에는 국화, 백합, 연꽃의 무늬가 새겨진 중국·일본의 전통의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아하고 경쾌한 느낌을 가진 로코코 시기엔 정열을 상징하는 장미가 사교계에 데뷔한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요즘 디자인은 꽃무늬가 전체 60∼70%를 차지할 정도로 꽃무늬를 빼놓고 디자인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꽃을 임의로 단순화하거나 형태를 추상화하여 꽃 특유의 풍부한 색감과 다양한 패턴을 디자인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꽃무늬가 여성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남성의 넥타이나 셔츠 등에도 등장하고 있다. 남성이 꽃무늬를 선호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면에서는 심리적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 또한 가능하다. 동·서양은 꽃무늬에 대해 서로 다른 패턴 차이를 보인다. 서양은 규칙적인 꽃무늬가 옷 전체에 빼곡히 그려져 있는 반면 동양은 사실적인 묘사와 여백의 미가 강조된다.
올 봄에는 쉬폰, 레이스 위에 꽃무늬가 프린팅 된 의류보다 공예적인 느낌을 살려 자수를 놓거나 손뜨개질, 핸드프린팅 된 옷이 유행할 전망이다. 꽃무늬가 부담스러워 입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염혜정(생활대·의류) 교수는 “가방, 머리장식, 레깅스 등 작은 부분의 액세서리부터 꽃무늬를 사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웃음꽃이 만개한 문학도의 나무


햇살이 은결같이 부서지던 오후, 우리학교 평생대학원 수필 중급 창작반에 이야기꽃이 활짝 폈다.
이 수업은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주부, 퇴직한 회사원, 교수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수필에 대한 열정을 갖고 수필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모두 예비 수필가들답게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여느 젊은 학생들보다 열정적이었다.
교수는 수필에 대한 이론교육을 한 시간정도 진행한 후,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써온 수필을 발표하고 품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자신이 추억하는 여행’이었고, 한 학생이 일본여행을 다녀와 쓴 수필을 발표했다. 생생한 글체로 순식간에 교실 안을 일본여행지로 만들었다. 교실 여기저기에서 “제가 직접 일본을 다녀 온 듯해요”라며 발표자에게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에 “자신의 느낌을 더 넣었으면 좋겠어요” 라며 여러 조언과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 모두가 발표자에게 한 명씩 돌아가며 낭독에 대한 감상평을 들려주었다.
간혹 학생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하거나 실수를 할 때에도 우렁찬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이들은 초급반부터 지금까지 적게는 1년, 많게는 10년 간 함께 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들의 우정은 가족애 이상이다.
교실 뒷편에서는 수필가로 등단한 동료에게 전하는 축하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사제 간의 정도 여느 학생과 선생님 사이보다  끈끈하다. 김학 교수는 “봄과 여름, 날씨 좋은 날에 문학기행을 함께 떠난다”며 “장기자랑 준비, 여행 일정 짜기 등을 함께 하기 때문에 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수업 후에는 항상 같이 식사를 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수필창작반의 학생과 선생님. 수필가로 등단한 학생이 준비했다는 이날 점심은 “수필 창작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는 건배제의를 시작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김선희·강다현 기자
ksh107@jbnu.ac.kr
dahyeon@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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