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 억울한 사형 존재
감정차원보다 사회적 합의 중요

지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사형의 역사는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49년 7월 살인범을 대상으로 처음 사형을 실시했고 현재까지 920명이 사형집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 가운데는 살인·존속살해 등 강력범이 56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도 254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계열의 사형집행 가운데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죄가 없음에도 법률에 의해 사형을 언도 받아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는 일이 일부 있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이 1974년 일어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사건’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민청학련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며 사주한 단체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지목했다. 대법원은 이 중 8명에게 사형이 선고했고 판결 18시간만에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1974년 4월 9일을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민청학련사건 재심에서 관련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당연시 됐던 사형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고 재심을 통해 무죄로 선고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사형제도 논란을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의 가치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06년 개봉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지난해 11월 개봉한 ‘집행자’가 대표적인 영화다. 각각 사형수와 교도관의 삶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게 영화를 제작했다.

송기춘(법전원·법학) 교수는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고 있다”며 “과거의 감정적인 차원보다 범죄인의 생명권도 가치 있다는 차원에서 사형제도 폐지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도를 올바르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는 인식아래 더욱 진보된 인식변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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