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과 가치 위배…목적 위한 수단전락
139개국 사형제도 폐지…세계적 추세
의견수렴과 토론으로 입법적 해결해야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광주고등법원이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사형제도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며 합헌으로 결정했다. 지난 1996년 11월에 있었던 위헌법률심판에서는 재판관 7 대 2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지난달 25일에는 재판관 5 대 4로 합헌 결정이 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인식이 위헌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 논란의 핵심은 무엇이며 사형제도 폐지 운동 근거는 무엇일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전북지부 박민수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엮은이 밝힘>

Q.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민변의 입장은 무엇인가?

A. 민변의 대다수 변호사들은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형제도라는 형벌이 범죄인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 10조에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사형제도는 사회전체의 이익과 다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죄인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10조가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된다. 또한 사형제도는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 이를 진행해야 하는 교도관 등 직무상 사형제도 운영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국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Q. 사형제도 찬성 측은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강력범죄가 억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형벌의 기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형벌은 크게 일반인들의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일반예방적 기능, 범죄자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특별예방적 기능으로 나뉜다.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사형제도가 유지되면 강력범죄가 억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형제도가 존재함으로써 범죄율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강력범죄는 사형제도가 있어도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강력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범죄발생 후 가해지는 강력한 징벌보다 사회가 안정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예방조치가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Q. 국제사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해외의 사형제도 추세와 현황은 어떤가?

A. 사형제도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유럽연합(EU)은 오는 2015년을 전 세계 사형집행이 중단되는 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엠네스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197개의 나라 가운데 프랑스·독일 등 139개국이 제도적,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미국의 대다수 주와 일본을 포함한 58개국이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지정됐다. 국제사회의 경우 UN인권이사회 이사국이기도 한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가 합헌으로 판결되자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Q. 사형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A. 해외의 사례를 볼 때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전에 많은 의견충돌을 겪었을 것이고 우리나라 또한 이와 마찬가지의 길을 걷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형제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률안을 발의해 통과시킬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도 판사가 사형선고를 하지 않거나 사형을 선고해도 법무부에서 집행을 하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국민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대학생들도 사형제도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사형제도를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A.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법률전문가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치판단을 할 때 많은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사형제도를 이야기 할 때 법질서도 중요하고 공익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만든 국가기구 권력체계 속에서 공적인 것을 강요하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문제될 수 있다. 대학생들은 학문을 배우는 지성인인 만큼 사형제도의 단면만 바라보는 것보다 국가권력과 개인의 기본권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박승훈 기자
psh050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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