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시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이 시대는 자본주의 세계주의 시장주의의 이념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에서 경쟁과 효율과 속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철저하게 비시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말한다. 그 비시적인 삶이 바로 시적인 삶이 아니겠느냐고. 삶과 시가 일체화된 시인공화국을 꿈꾸는 시인의 희구. 승자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패자까지도 기억하는 아름다운 공화국이길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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