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개강이다. 그리고 봄이다. 지난주에는 졸업생이 떠난 빈자리를 2010학번이라는 이름표를 단 신입생들이 채웠다. 봄과 신입생이 가득한 건지벌은 참 싱그럽다.
이쯤에서 난 이들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왜 전북대를 선택했나요?’라고. 나의 경우, 전북대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첫 번째는 국립대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수능점수, 세 번째가 내가 속한 학과였다. 아마도 지방대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셋 중 하나는 포함돼 있을 것이다.
처음 대학에 올라올 때 서울로의 편입을 꿈꿨던 나는 주위 친구들과 종종 미래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기자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멋지고 보람찬 대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느꼈고, 곧 마음을 바꿔 적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같은 고민을 했던 친구들 모두 편입을 하지 않았다. 지금 만나 이야기해보니 각자 우리학교에서 대학생활을 해나갈 나름의 이유를 찾거나 미래를 수정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왔지만, 내가 원하던 대학생활이 아니다’며 ‘집에 다시 내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을 했다. 가만히 친구의 말을 듣고있던 나는 환경에 일찍 적응한 내가 어쩌면 더 행복할 지 모른다고 위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취재를 하면서 학내구성원을 비롯해 사회 다방면에 진출해있는 훌륭한 동문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이 살고있는 이 순간에 열정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지방대라고 투덜투덜. 능력이 없다고 투덜투덜. 난 안된다고 투덜투덜. 항상 불평만 하다보면 끝이 없다. 그 사람은 사는 것이 재미없고 나아가 발전도 없다.
늘 꿈꾸던 이상과 현실은 같지 않다. 아니, 같을 수 없다. 모든 일이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던가. 그래서 우리는 늘 이상을 좇는다. 이상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모토가 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실을 저버리지는 말자.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다.
내 애송시 중 하나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두 길 중 고심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면 그 길이 어떻든 간에 나의 선택만으로도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갈래 길 중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짧은 20대, 한 번 살지 두 번 살겠는가.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건지인들, 긴급구호팀장 한비야의 말을 기억하자. ‘정해진 지도를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의 지도를 만들며 가자’고.
양수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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