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공부하기
돈 없으면 불행한 세상, 대기업 가야죠

“설 연휴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취업도 못한 상황에 명절이라고 집에서 편히 쉬기가 불편해서요. 올해에는 취업이 꼭 돼야 할 텐데…….”""
이른 아침부터 학습도서관(이하 학도)으로 출근한 백 모(컴퓨터공학 09년 졸)씨가 말끝을 흐린다.
지난 17일 학도는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많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1층 매점 역시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 학생들은 식탁에 앉아 단어 시험을 보거나, 자격증 대비 문제집을 풀고 채점하기를 반복한다. 올해 3학년이 되는 배 모(무역 08)씨는 “아직 진로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토익을 하지 않으면 나 홀로 도태되는 것 같아 아침 토익 스터디를 신청했다”라고 말한다. 학도 한쪽에 자리한 정보 검색실은 이어폰을 꽂고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작년 난데없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줄이거나 미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고 취업한파는 예비 졸업생들의 몸을 떨게 했다. 지난해 우리학교 취업률은 61.8%, 정규직 취업률은 29.3%였다. 학생들은 자연히 취직을 위해 졸업을 미루거나, 공무원 시험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도 1층 신문 게시판에서 묵묵히 사회면 기사를 읽고 있던 휴학생 정 모(반도체공학 03)씨는 “안정된 직업을 찾다보니 결국 원래의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수년을 준비해도 채용이 안 될 상황을 대비해 토익공부도 병행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종합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공기업 준비를 위해 취업을 미룬 학생은 미취업자 1240명 중 35%인 436명이다. 
오후 6시, 열람실 좌석 현황을 가득 메우고 있는 600여명의 학생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다시 두꺼운 책들과 씨름을 이어간다. 학도 밖 학생 몇은 커피를 마시고 몇은 말없이 담배만 피운다. 이모(환경공학 02)씨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는 것에 급급해 20대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 여행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한다. 또 다른 이 모(정밀기계 05)씨 역시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는 세상”이라며 “이러한 사회에서 일정한 삶의 수준을 누리기 위해 급여와 복지수준이 높은 대기업에 꼭 취업하고 싶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도 24시간 운영되는 열람실 201호의 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2010년 신규채용을 늘린다는 기업들의 발표가 올해의 취업 한파를 좀 누그러트려 줄까. 귀가하는 학생들의 어깨에 무겁게 눈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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