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한국과 한국인’을 봤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시장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 온지 1년이 넘었지만 나는 대형마트 안의 한국인을 알았을 뿐 진짜 한국인, 전주라는 곳을 경험하지 못해 아쉬운 찰나였다. 그쯤 방문한 남부시장은 나에게 진짜 한국과 한국인을 보여주었다.
먼저 1시간정도 풍남문 주변 상점을 돌아다니며 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시장거리를 걷는 내내 “어디에서 왔어? 뭐 살려고?”라며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이 있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하는 사소한 질문까지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대답해주는 상인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남부시장에서 나는 중국시장과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중국시장에서는 야채나 고기 등 먹거리를 사고 팔 뿐 옷이나 머리핀을 파는 상점은 없다. 시장에 옷가게가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역시 패션에 민감한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경을 잠깐 뒤로하고 남부시장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피순대국밥’을 먹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수수한 차림의 할머니는 문 앞까지 직접마중 나와 주셨다. “외국인 친구들이니까 더 많이 줘야겠네”라며 펄펄 끓는 그릇에 순대를 가득 담아 내 주셨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서 일까? 처음 먹어보는 순대국밥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짭짤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게다가 음식값까지 깎아 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순대국밥집 옥상에 있던 재활용품들로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고 계시던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구운 떡도 주시고 따뜻한 정기장판에서 몸을 녹이라며 자리까지 내어주셨다. 폐물들이 귀여운 소품들로 탈바꿈 돼 있어 하나쯤 구입하고 싶었다. 이번 남부시장에서 오감으로 체험한 것은 물건과 풍경이 아닌 진짜 한국과 한국인이었다.
옌루(귀주대·경영4학년)│중국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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