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시장이 달라졌어요”

케케묵은 시장, 문화공간으로 새단장
블로그 운영 온라인상품 판매‘쑥쑥’
공방전시, 국수 음악회 볼거리 활짝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시장에 가보셨나요?
언제부터인가 ‘시장’은 불편한 곳, 상품 구매가 힘든 곳, 지저분한 곳 등의 이미지로 외면당했고 젊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갔다. 호남최대의 물류집산지이자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장밖(남부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갈 때쯤 남부시장 옥상에 작은 문화공간이자 휴식처인 ‘하늘정원’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제 2의 부흥을 준비하고 있는 남부시장과 ‘하늘정원’을 집중 탐구해 보자.

젊은 작가, 시장을 바꾸다
2003년 적막하던 남부시장에 소수의 건축가와 예술인들이 자리잡았다. 2007년에는 전통문화를 통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이음’의 등장으로 시장은 활기를 찾아갔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재래시장살리기 운동인 ‘남부시장프로젝트’를 진행, 남부시장 6개 동 중 2동 옥상에 ‘하늘정원’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이음 분과모임인 청춘작업소가 ‘예술의 일상화를 위한 공간조성’을 목표로 갖갖이 사업을 진행하며 하늘정원을 포함, 남부시장 전체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청춘작업소가 옥상 내부를 꾸미면서 하늘 정원에 바느질 잘하는 할머니 세분이 시장에서 버려지는 오래된 물건들을 리폼 해 파는 상점 ‘할머니 공방’을 열었다. 동시에 미술관련학과를 졸업한 20∼30대 작가 4명으로 이뤄진 청춘작업소 구성원들은 시장상인들을 상대로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춘작업소 전수진(원광대06년졸·시각정보디자인) 대리는 “이윤을 쌓기보다는 지역주민이나 시민을 위한 미술을 하며 경험을 쌓고 싶어 이 곳을 찾아왔는데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전한다.
이 4명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옥상에 가두지 않고 남부시장 번영회와 전주청소년문화예술교육단을 연계해 낡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등 남부시장 꾸미기도 시작했다. 작업을 통해 시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놀고 즐기는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단다.
지난해 8월에는 이음 분과 연주단 ‘달이 앙상블’과 인디밴드 ‘게으른 오후’의 공연과 ‘국수음악회’등 이색적인 축제도 벌였다. 청춘공작소 전수진 대리는 “음악회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이 좋아 뿌듯하고 즐거웠다”라고 진행 소감을 전한다. 남부시장 번영회 김태진 회장 역시 “청춘작업소가 남부시장에 입주 한 뒤부터 작은 축제들이 열려 상인들과 시장의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한다.

제2의 남부시장 부흥을 위해
하늘 정원의 상징이 된 할머니공방은 고령화사회 대비를 위해 50대 이상 연령층이 소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시니어클럽을 통해 시작됐다. G마켓과 일하는 사회재단의 주관으로 열린 시니어클럽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제안으로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3명의 할머니를 ‘이음’에서 채용, 할머니 공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방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생산품을 판매하고 전시하는 독특한 상점으로 인기를 끌며 시장의 부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청춘작업소는 문화공유와 상품판매를 위해 블로그(cafe.naver.com/grandmastudio)를 개설해 운영할 방침이다. 또 오는 4월부터 블로그를 통해 주력상품을 주문 판매하고 시장 속 빈 상가에 상품을 진열해 놓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한다.
시장의 문화공간화의 선구자격인 전남 광주 대인시장. 남부시장 역시 지난 3년 동안 작업소 디자이너들이 낡은 간판을 바꾸고 빈 벽에 그림을 그리는 등 제2의 대인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남부시장에는 공예가 할머니들의 정과 인심이 있고 하늘정원의 따뜻한 휴식이 있다. 햇살 좋은 어느 오후, 105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 남부시장의 끈질긴 생명력과 창의력을 한 수 배우러 가는 것은 어떨까.
민지수 기자
mjs@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