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북극과 남극
지구상 유일한 미개발·비오염 지역
아라온호, 남극대륙연구의 기틀 마련

쇄빙능력시험과 남극대륙기지 후보지 탐사를 위해 남극 항해에 올랐던 아라온호가 지난 18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로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남극에 탐사 기지를 둔 19개국 중 쇄빙선 없는 유일한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최의 쇄빙선 아라온호로 극지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전북대신문에서는 극지연구소 장순근 박사에게 극지와 극지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엮은이 밝힘>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이 극지연구를 위해 설원 위를 누비고 있다.

남극과 북극

남극은 남극조약에 따르면 남위 60°남쪽을 말한다. 남극은 남빙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으로 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해, 한반도의 62배 정도이자 중국의 1.4배 정도이며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보다 더 크다. 반면, 북극은 7월의 기온이 10가 되지 않는 지역으로 대략 북위 70°의 북쪽 지역에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이다. 남극은 북쪽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반면 북극은 남쪽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남극이 북극보다 기온이 더 낮고 원주민이 없다. 또 남극은 인류공동의 유산이 아니고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이 만장일치제로 관리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함 7개국이 제기한 영유권은 동결된 상태이며 2048년까지 일체의 지하자원개발은 금지된다. 반면 북극에는 원주민이 있으며 8개국에게 영유권이 있어 북극을 관리하는 체제도 다르다.


극지연구의 이유

21세기는 지구환경변화 관련 연구가 크게 주목받는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환경 변화 연구에 있어 극지는 지구상에 유일한 미개발 비오염 지역으로 극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은 국제적으로 국가적 이익을 위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 냉기의 근원(冷源)이라는 점과 극지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구가치가 크다. 먼저 99.8%가 평균 2,160의 얼음으로 덮인 남극대륙은 얼음아래는 말할 것도 없고 해안선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알려는 본능이 있는 인간에게는 남극은 아주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남극대륙을 덮는 얼음의 아래에는 경기도 크기의 1.5배 정도인 보스토크호수를 포함해 호수가 140개정도 있다. 얼음은 쉽게 굴착해도 석유가 호수 물을 오염시길 우려가 있어 아직 호수 면까지 굴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까지 보스토크호수를 굴착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남극 연구 활동 중인 세종기지 대원들

남극은 저온건조해서 물질의 변화가 아주 느리게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남극은 유일무이한 환경으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극지는 대기과학, 고층대기, 오로라처럼 극지 아니면 연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고층대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21세기 우주의 시대에서 우리나라의 우주연구도 뒤쳐질 수 없다. 또한 극지에서는 오존층 파괴 같은 문명세계의 영향이 빨리 나타난다.  
최근 지구가 더워지면서 남극반도일대를 중심으로 빙붕의 파괴와 후퇴, 기온과 수온의 상승, 생물상과 생태계의 변화 같은 현상들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남극반도 북쪽에서는 1950년대부터 50년 동안 기온이 2.5나 상승했으며, 세종기지의 연평균기온도 10년에 0.6씩 상승하고 있다. 또 세종기지 북동쪽의 빙벽도 후퇴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최근 들어 아주 빨라졌다. 남극반도 일대의 기온과 수온이 올라가면서 겨울에 바다가 잘 얼지 않아 황제펭귄이나 아델리펭귄은 없어지고 젠투펭귄은 늘어난다. 남극의 북쪽에 서식하는 조류들이 여름에 남쪽으로 내려오며 찬 곳을 좋아하는 생물들은 사라진다. 한편 여름에는 북극의 얼음도 녹아 배가 지나갈 정도가 되는 반면 북극곰은 살아갈 터전이 사라진다. 이런 현상 모두는 극지를 우리가 연구해야할 가치 있고 중요한 이유가 된다.

 

◇쇄빙선 아라온 호가 얼음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극지연구
1978년과 1979년 남극해의 일반해양조사와 크릴시험어획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외국 선진 극지연구 국가에 견주면 매우 늦게 시작됐다.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1985년 12월 남극대륙을 탐험했으며 1986년 11월 28일에는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1987년 남극연구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해 1988년 2월 17일 남극 세종기지를 준공했다. 그 후 매년 남극연구를 수행해 2010년 2월 현재 하계조사와 더불어 제23차 남극세종기지 월동연구대(대장 강성호박사) 18명이 기지주변의 자연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2002년 북극 스발바르군도에도 다산기지를 설립했으며 2004년 4월에는 한국해양연구원 부설로 극지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남극대륙에 기지를 건설할 목적인 7,500톤 급 쇄빙선 아라온호는 그 후보지를 답사하며 예정대로 된다면 2014년에는 남극대륙자체를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그 때에는 우리나라의 극지과학연구수준이 한 단계 뛸 것이다. 나아가 대기과학, 지구과학, 해양과학, 생명과학을 포함한 극지연구에서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할 것이다.


장순근 |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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