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동물 행동으로 기상․재앙 예측
동물의 우수 생체감각, 과학적 근거 입증

서기 660년 백제가 신라에 의해 멸망하기 전, 그 불안을 느낀 진도의 개들이 일제히 짖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동물들의 이러한 행동에는 생존을 위한 치밀한 전략들이 오래 전부터 인간 삶에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동물들의 집단 이상행동은 곧 재난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들의 이러한 예지 능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시돼 더 큰 재앙을 불러오기도 했다.
기원전 373년 그리스 헬리스 뱀과 족제비 등이 도시를 탈출한 후 지진이 일어났다. 또 신라 혜공왕 때는 잉어 떼가 다른 연못으로 옮겨간 뒤 지진이 일어나 100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만약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사전에 대피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비슷한 기록이 반복해서 전해져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오만은 현재에 와서 더 큰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지난해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이다.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인근 마을에서는 두꺼비 10만 마리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두꺼비 떼는 차와 사람에 밟혀 죽으면서도 줄곧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는데, 당시 마을 주민들은 두꺼비들의 ‘산란기 이동’으로 단정짓고 자연이 보낸 경고장을 무시했다. 이는 결국 4만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이렇듯 속설로만 치부되어 온 동물의 예지 능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방울뱀은 지진을 예측하는 동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방울뱀이 체내에 0.001도의 온도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감지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서는 매기가 물 속에서 심하게 요동치거나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가 잡히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동물들이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이유는 전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초음파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한계는 16Hz이지만 대다수의 동물들은 8Hz의 낮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지진파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하등 동물이지만 바다의 해파리는 폭풍우의 접근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는 해파리가 폭풍우가 접근하기 전 연안 쪽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통해 알게 됐다. 초음파를 감지하는 귀를 가진 해파리는 폭풍우가 가까이 오기 10∼15 시간 전에 물 속에서 전해 오는 초음파를 감지하고 대피를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속설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동물들을 이용해 날씨를 예측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흔히 접하는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라는 속설은 제비가 비가 올 즈음 낮게 나는 것을 보고 비 오기 전의 날씨 변화를 예측하면서 생겨났다. 비가 내리기 직전에는 대기층 안의 기류의 활동이 어지럽고 공기 속의 수증기가 많아진다. 이런 때에 제비는 높은 곳에서 날기가 어렵다. 게다가 제비는 습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 능동적으로 낮게 나는 것이다. 또‘개미가 떼지어 이사를 하면 비가 온다’라는 속설은 습기감지능력이 뛰어난 개미가 저기압 상태가 되면 비가 올 것을 예감하고 안전지대로 옮겨가는 습성이 있어 신빙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들은 수십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터주대감들로서 인간들에게 다양한 행동과 반응들로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주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만하지만 말고, 우리 주변에서 동물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봐야 하지 않을까?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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