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10시 MBC를 비롯해, KBS, SBS, YTN, MBN, OBS 등 35개의 방송사에게 똑같은 프로가 방송됐다. 이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라는 특별 생방송이었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세 번째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세종시 수정 추진  4대강 살리기 사업  민생 현안  경제상황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해 패널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등을 돌린 민심을 잡고 국민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듯한 이번 특별 생방송은 전파 수만큼 국민들 마음에 들어섰을까.

방송은 예상했던 대로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패널과 대통령과의 대화가 대부분을 채웠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정부 사업의 홍보 영상물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다. 그 중 국민 패널들과의 질문들이 오가던 중 가수 박현빈 씨의 “여사님의 요리 솜씨는 어떤가”라는 질문에서는 방송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여겨졌다. 과연 35개 채널을 모두 동원해 국민들의 채널 선택권을 박탈하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런 사담이었던가.

어쨌든 100분 이상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지만 방송은 소통을 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한 편의 쇼를 본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 대통령은 패널들의 질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의지를 굽히는 것보다 국민이 설득 당하기를 원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반대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태도를 보자니, 진정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나온 대통령인지 의문이 들뿐이다. 그저 다시 자신의 입장을 확고하게 다지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즉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소통이라는 감투 속에 숨어 민심을 잡기 위한 쇼를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세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최연소 대통령인 장동건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시장을 돌며 떡볶이를 먹던 모습 말이다. 이 장면에서 자연스레 이명박 대통령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6월 그 자리에서 섭외된 학생들과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던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그뿐일까. 경호원의 협박(?)에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은 중학생들, 깨끗한 장화를 신고 농민과 새참을 먹던 모습도 있다. 이밖에도 진정성이 의심되는 그의 쇼는 지난 2년 동안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더 이상 국민들은 이런 뻔한 쇼에 속지 않는다. 대통령이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쇼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녹아든다. 그러나 진정성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난 국민이 외면한 이 쇼가 언제쯤 끝이 나고, 진정 제대로 소통할 날이 올지 기대할 뿐이다.  
정미진┃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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