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벌 이색 마니아 3인방

‘신의 선물’을 지닌 사람들, 검색 포털에서 그 이름을 치면 371만개의 검색물이 나오는 이 단어, 바로 ‘마니아’다. 신의 선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가.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이기에 신의 선물이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마니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미 사회·문화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니아들. 신의 선물을 가진 건지벌의 마니아들을 만나보자. <엮은이 밝힘>

북 아트-이노광(주거환경·08) 씨
“나만의 독특한 리포트 보셨나요”
     

“소설책을 읽을 때 글 사이사이에 등장해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 삽화를 보신 적 있나요? 이 삽화를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혹시 ‘북 아트’라고 들어보셨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북 아트예요. 북 아트란 이름처럼 책과 미술의 결합품이죠. 예를 들면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긴 것도 북 아트예요. 전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다이어리를 속지부터 겉 표지까지 만드는 일을 즐겨 해요.

이 일을 접하기 전부터 전 클레이 공예 등 여러 공예를 즐겨했는데 1년 전부터 우연히 이 것을 접하게 됐고, 주로 친구들에게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용으로 만들어 주는 편이예요. 그냥 사서 주는 선물보다 무언가 만들어서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을 때 기쁨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친구들은‘이걸 어떻게 만들어?’,‘나도 갖고싶다’등 다양한 표현을 합니다. 이런 친구들의 반응도 즐겁지만 힘들게 만들어서 그 완성품을 보았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죠. 공예는 제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그 속에는 저의 인내력도 들어있고, 여러 생각도 있고요. 또 더 어려운 것들에 도전할수록 배우기도 하면서 저의 한계를 넘을 수도 있죠.

이런 매력 때문에 평생 북 아트를 할 거 같아요. 지금도 리포트를 낼 때 많이 이용하구요. 공예를 도입한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리포트가 되겠죠? 또 실내디자인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공간을 모델링할 때 공예에 썼던 기법이나 재료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으로 전공에 결합시키고 있어요.
다만 공예라는 것이 꼼꼼하고 아기자기한 것이라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이런걸 해? 라고 편견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 잠시나마 ‘하면 안 되는 건가’하고 고민에 빠졌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거야, 내 장점을 남들의 편견으로 인해 포기할 순 없어’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이 북 아트를 시작으로 전 전통 끈 묶기 공예, 상자공예, 비즈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에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전문가들이 만든 다이어리 같은 것은 10만원에서 20만원에 팔리기도 하지만 전 그냥 취미니까 보고 배우면서 부러워할 생각이에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희열 느껴요”
RC카-기옥철(정밀기계·03) 씨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희열 느껴요”

“일본 애니메이션인 ‘사이버 포뮬러’에 주인공 하야토 카자미가 타는 자동차에 한 순간 마음이 빼앗겼어요. 그래서 그 자동차를 살 순 없지만 어떻게든 갖고 싶어서 RC카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하야토 카자미 미니어처는 국내에서 50대 밖에 없거든요.
RC카가 뭐냐구요? ‘Radio Control Car’라는 뜻이에요. 라디오 주파수로 조종하는 원격조정 모형자동차죠. FM/AM 주파수 모두를 40메가헤르츠 정도에서 이용하고 60km/h까지 달릴 수 있어요. 초급, 중급, 고급자용으로 나눠지는데 제가 갖고 있는 RC카는 중급자용으로 보통 4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있죠.
제가 RC카를 3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샷시라고 하는 바탕 재료를 직접 공장 도면을 맡기고 일본에서 주문 제작한 거예요. 직접 조립에 도색까지 RC카 취미를 가지려면 보기보다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완성된 멋있는 RC카를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이 취미를 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또 조종할 때의 기분 아시죠? 기계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그 느낌, 희열감까지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보고 ‘나이 들어서 어린애같이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돈이 남아 도냐’며 부정적으로 보지만 인터넷 동호회가 4만개가 넘을 정도로 보편화된 취미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술 마시고 노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RC카를 만드는 게 훨씬 좋진 않은가요?
전 포털사이트 다음 동호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도면을 제공받기도 하고 회원들과 차를 만드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동호회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자동차 수집광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슈퍼카 미니어처를 가진 사람들도 있죠. 정말 부러워요.
앞으로 취직해서 직접 돈을 벌게 되면 최상의 성능을 위해 부품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어요. 또 헬기나 비행기 RC도 만들어보고 싶구요. 지금까지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받기만 했지만 내가 직접 제작한 도면을 RC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려구요. 그리고 전북에서도 RC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 전북대 동아리가 생긴다면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용의도 있답니다.”

프라모델-김성엽(전자재료공학·03) 씨
“만지지 마세요∼ 눈으로 보기만 하세요”

“만지지 마세요∼ 눈으로 보기만 하세요”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이시영 씨가 모으는 거 보셨나요? 그건 바로 제가 모으고 있는 프라모델이라는 거예요.
몇 년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잘 몰랐던 분야죠. 솔직히 저도 잘 모르다가 지난 2007년 전투기가 좋아 공군에서 복무했을 때 만난 친구가 프라모델 만드는 걸 좋아해 덕분에 저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실력이 제법 늘어나 공군 전역 직전엔 부대에 제가 만든 프라모델을 교육용으로 기증하기도 했었죠. 이 프라모델은 F-14인데 영화 ‘탑 건’에 나오는 실제 전투기 크기의 1/48로 축소한 것이죠.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모델’이라는 뜻으로 조립식 키트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제품과 함께 조립 설명서가 들어있어요. 스프레이로 도색하고 본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방에서 만들기는 어려워서 창고 같은 빈 공간을 찾아 작업을 해야하는 까다로운 거예요. 또 프라모델을 하나 만들기 위해선 한 달은 족히 걸리는데 한번 만들기 시작하면 최소 5∼6시간은 만들기에만 집중해야 하죠. 인내심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지만 완성시킨 것을 보면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여학생들은 프라모델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공대 남학생들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저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프라모델을 만들어 미니홈피에 올리면 친구들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댓글도 종종 올라오곤 하죠. 사실 프라모델은 만들기가 어려워 단순히 취미로 접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그 경지를 넘어선 사람만이 즐길 수 있기에 모두 실력이 수준급이예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기해서 만지곤 하는데 프라모델은 만지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기만 하는 거죠. 되도록 사람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는데 어쩔 수 있나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공들여 만든 프라모델이 와르르 망가지니까요. 이 프라모델도 제가 여기까지 가져오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지금도 미니홈피에 제가 만든 프라모델의 사진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완성하기까지 제작과정도 담고 싶어요. 아직 만들지 못한 프라모델이 5대나 있는데 이것도 빨리 완성하고 싶죠. 또 지금은 노후된 전폭기종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멋진 ‘폭풍 간지’전투기인 F-4를 만들거나 건담이나 항공모함 같은 다른 종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 세 사람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의 취미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고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아니다. 왜냐면 우리도 엄밀히 말하면 무언가에 대한 마니아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만화책을 보고, 드라마를 봤다면 당신은 어제까지 아니 오늘도 영화·만화·드라마 마니아일 수 있다. 즐겨라, 그러면 신의 선물을 지닌 마니아가 된다.
김선희·민지수 기자
ksh107@jbnu.ac.kr mjs@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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