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마쓰와 사회 부조리
『파계』시마자키 도송 | 노영희 역 | 제이앤씨│2004

이 책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 그 줄거리도 가물가물한 옛 이야기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게 기억된다. 아직 일본이라는 나라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에까지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였던 어두운 시기, 명치시대의 이야기이다. 물론 명치유신에 의하여 문호는 개방이 되었어도 사람들의 정신구조, 찌든 전통까지 근대화시키지는 못하였다.
주인공 우시마쓰(丑松)는 근대 신 학제에 의하여 설립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여 한 시골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교와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 즉 장학사, 면장, 군수 등등의 인물들과 부딪힌다. 그 테두리에서 파생되는 불합리한 상황, 사건 등을 목격하고 고민하면서 싸워나가는 한 개인의 힘없는 절규이다. 왜 자유로워야 할 학교에 간섭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져 인간의 차별이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점차 친구, 동료들과 접촉하면서 의기투합이 되어 이 국면을 타개하고 벗어나려 노력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아버지로부터 집안의 내력, 즉 신분이 부락민(그 중 백장:白丁)임을 밝히지 말라는 유언이 있었다. 그러나 우시마쓰는 그 유언을 지키지 못하였다(파계). 이를 정정당당히 밝히며 저항하는 근대적 사고를 가졌던 것이다.
일본의 신분사회는 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 농, 공, 상(士農工商)의 유교 풍의 계급이지만, 내적으로는 우리와는 또 다른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사(士)는 유교풍의 선비, 그로 인해 과거에 급제한 관리 즉 양반이라 부르는 동반, 서반의 사대부가(士大夫家)를 말한다. 그러나 일본의 사(士)는 무사(武士)계급에서 형성된, 장군가(將軍家)의 의리와 의협을 중심으로 한 청아한 무(武)의 계급이며, 이 계층이 오랫동안 전통을 쌓아온 막강한 힘의 위력을 말한다. 그 힘의 갈래가 세분화되어 서민사회로 쪼개져 나뉘어 내려왔다. 지금은 하층 계급인 부락(部落)만이 남아있어 부락, 부락민이라는 천대를 받는다. 이것을 해방시키자고 외치는 교육이 동화교육(同和敎育)이다.
파계(하카이)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주인공은 부락민 출신이다. 신식교육을 받아 이것이 불합리하고 근대정신에 어긋남을 깨달았지만, 현실이 불평등한 까닭에 이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것을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작품이 전개되는 지역의 배경 또한, 녹색의 전원 풍경을 눈으로 보듯이 묘사하여 자연주의, 낭만주의가 전편에 흐르고 있다.
특히, 작가의 고향인 일본 나가노(長野), 신슈우(信州), 고모로(小諸)는 소설만큼이나 아름다운 자연이, 전원이 숨쉬는 고장이다. 내가 도오송(島崎藤村)의 문학을 소개받은 것은 대학 재학시절 현대시론을 가르치신 조병화(趙炳華) 선생이었다. 그 후, 문학을 접하면서 이 두 분의 영향을 받았다. 요즘은 가을이 되어도, 천고마비, 등화가친, 독서의 계절도 쏙 들어가 버렸다. 남은 거라곤 몰아 부치고 밀어대는 각종 시험과 억지 써서 숫자 속에 몰아넣는 억지 순위이다.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것을 교육이라 배웠는데 장관이나 총장은 이미 감투가 눈과 귀를 덮어 버린 탓에 인간이 아닌 숫자 속에 드는 사시, 행시, 외시, 회시, 의시, 그리고 대학 순위 외에는 보이질 않는 것 같다. 문학을 통한 지성과 교양, 인성의 함양이 아쉬운 현대사회라 생각하며, 망막한 기대를 하여 본다.
소동호┃사범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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