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예방섬유 개발한 장형관 교수

다수의 시행착오 끝에 항 바이러스 발견
2011년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핵심 맡아

장형관(수의대·수의학)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열대어가 움직이는 어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대어를 구경하려는 찰나 벽면의 닭 그림이 눈에 띈다. 또 한쪽엔 소도 보인다. ‘역시 수의대’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동물병원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은 치료를 기다리는 강아지와 송아지들로 아침부터 부산하다. 이 곳에서 장 교수는 지난 20일 신종플루와 AI 등 유해한 바이러스를 흡착해 살균하는 항바이러스 섬유를 개발했다. 이 일은 지난 2007년 정용식(공대·섬유공학) 교수의 부탁으로 섬유 속에서 바이러스를 소멸시킬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장 교수의 애초 연구 목적은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는 섬유소재 개발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병원체들이 많은 동물축사의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종플루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물질이 만들어진 것이다.
장 교수는 “비커 테스트를 통해 섬유가 바이러스를 흡착해 불활성화시키는 것까지 성공한 뒤, 동물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느낀 긴장과 초조함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라며 그야말로 고진감래의 값진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런 성공은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는 남다른 비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즐겨하는 승마가 그것이다. 그가 승마를 접한 것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새로운 연구 대상을 찾으며 골머리를 앓던 중 아르헨티나 유학생으로부터 말을 소개받은 것으로 시작했다. 승마를 하면서 말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시 국내에선 말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그는 외국책을 번역하고 현장 감각을 기르기 위해 6년 간 국내외 축사 답사를 다녔다. 이 답사를 통해 장 교수는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보고 느낀 것이 현재 연구를 위한 훌륭한 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김제 축사에 수의대학생 30∼40명을 모아 살 처분 봉사를 갔던 기억이다. 닭장에서 꺼내 포대에 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틈 없이 일했지만 채 반도 하지 못했단다. 그는 “이런 재앙에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앞섰고 다시 이런 재앙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구자들이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는 2011년 전국 최초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우리학교에 설립된다. 이 연구소의 핵심 과제 4가지 연구 중 인플루엔자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게 됐다는 장 교수. 그의 열정과 손끝에서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선희 기자
ksh107@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