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지만 큰 일들 -

이른 아침의 서문 앞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느끼다가도 어지러이 널려있는 전단지나 술병, 담배꽁초가 눈에 들어오면 이내 기분이 상해진다. 토해 놓은 배설물이라도 마주치면 이곳에서 벌어졌을 전날 밤의 아우성(?)이 연상되고도 남는다.
이런 일은 우리 대학 안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행사가 많은 5월이 되면 대동제다 성년의 날이다 해서 학교는 시끄러워지고 교정에는 쓰레기로 넘쳐난다. 성년의 날 다음 날 학교 여기저기에 허옇게 묻어있는 밀가루와 그것을 지우려 애쓰는 학교 직원들의 모습이 잔상에 남는다. 현대의 대학을 거대한 ‘레저랜드’(Leasure Land)로 비유한 한 외국 교수의 탄식이 생각나는 대목이지만, 이 점에서는 한국은 상당히 선진적(?)일 것이다.
우리학교에서는 최근 ‘아트 캠퍼스’(Art Campus)의 조성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캠퍼스가 아름다워진다면 분명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다만 그 캠퍼스 안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며, 건물도 가능하면 아름답게 설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거기서 활동하는 우리 전북대인의 마음이 좀 더 미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 즉 우리의 마음이 좀 더 지성적인 것은 물론 양심적이며, 도덕적이기를 바라며, 이로써 우리 캠퍼스가 ‘모럴 캠퍼스’(Moral Campus)로 거듭났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럴 캠퍼스’는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하여 구현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교내에서 만연되고 있는 교통 법규의 위반의 경우를 지적하고 싶다. 자동차가 교내에 들어오면 교통 법규상 감속해야 함은 물론, 횡단보도 앞에서는 통행 우선권이 있는 보행자에게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한 차를 본 적이 없고, 사람이 치인 것은 몇 번이나 목격했다. 또 교직원을 위한 주차장의 공간에는 학생들의 차가 넘쳐나는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이다.
교수 식당에도 학생들이 넘쳐난다. 교수의 이용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교수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학생들의 과도한 이용(?)이 상대적으로 교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교수가 자기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장소에서 밀려나 학교 밖의 식당을 찾아 헤매다 다시 연구실로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가정할 때, 이것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지 못하며 학교 경쟁력의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시설과 공간들이 교수들이 독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매사에는 순서와 절제, 그리고 합당한 명분과 겸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이러한 일들이 누군가의 주장으로 환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개인적 ‘모럴’ 차원에서 조정되기를 바란다.
현재 대학 당국은 경쟁력 강화를 지상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SCI 논문 수나 대학 순위의 상승으로 결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더 거시적이고 본질적으로는 우리들의 건전한 ‘모럴’이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도 배려하는 학교 당국의 마음가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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