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인색, 의식․제도 후진적
1cm 남짓한 턱에도 휠체어는 ‘휘청’
장애학생 등록률↓…배려 정책 절실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관장하기 위해 만든 장애인권익증진과가 신설된 지 1년도 안 돼 경제논리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는 아직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 의식과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20여명 남짓의 장애학생들이 있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구성원들과 본부 측의 배려는 요즘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장애학생들의 이동권과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2회에 걸쳐 진단해보고자 한다. <엮은이 밝힘>

지난해 10월 전북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시위에 나섰다. 단체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특별 교통수단 도입을 촉구하며 팔달로 등 전주 곳곳에서 투쟁을 벌였다. 몸이 성치 않은 장애인들이 이토록 절실하게 주장하는 장애인 이동권이란 무엇일까? 장애인 이동권이란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지역의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올 만큼 이동권은 중요한 권리 중 하나. 그렇다면 전북 지역 거점 국립대학인 우리학교 장애학생들의 이동권은 얼마나 보장돼 있을까. 전북대신문은 평소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일반학우들과 함께 휠체어를 이용, 우리학교 장애학생들의 이동권에 대해 평가해봤다.

▲ 걸어서 5분, 휠체어로는 30분

인문대 2호관에서 수업이 끝나 종합인력개발원에서 재학 증명서를 떼기로 한 유태희(사회복지·04)씨는 인문대 2호관 앞 아스팔트길을 내려왔다. 그러나 도로를 내려오다 갑자기 만난 턱에 멈춰서야 했고, 휠체어 앞바퀴를 힘겹게 들어 올리고서야 턱을 오를 수 있었다. 그 후 종합인력개발원 후문의 경사로를 오르려 했을 때, 길과 경사로 사이에 1cm 남짓한 턱과 가파른 경사에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힘겹게 경사로를 오른 태희 씨는 “경사로가 가팔라 자칫하면 손목이 삘 수도 있겠다”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학우라면 접근이 힘들 것 같다”고 염려했다. 장애인 안전 시설과 관련한 건설교통부의 고시 문서에 따르면 경사로의 각도는 계단의 총 높이 12분의 1 정도를 각도로 지정하고 있지만, 체감 각도는 규정된 것보다 훨씬 더 높게 느껴졌다.

종합인력개발원에서 서류를 뗀 후 태희 씨는 평소 자주 들리는 사회대 학생회실로 향했다. 무거운 휠체어를 끌고 인문대와 사회대 뒤쪽을 지나던 중 휠체어는 울퉁불퉁한 노면으로 인해 바퀴가 닿을 때마다 큰 소음을 일으켰다. 그는 “시끄러운 휠체어 소리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돼 마음이 불편하다”며 “휠체어가 잘 다닐 수 있게 도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학생회실과 가장 가까운 출입구에 다다랐을 때, 태희 씨는 다시 한번 좌절해야만 했다. 단 3개의 계단, 평소라면 두 발로 걸어갔을 테지만 휠체어에 앉은 채로는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건물을 한 바퀴 돌아 경사로를 통해 사회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처럼 종합인력개발원에서 사회대까지는 평소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휠체어로 30분이 넘게 걸렸다. 강의 중간 쉬는 시간이 10분임을 감안할 때, 단대 간 이동 수업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손준호(행정·08)씨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할 것 같다”며 “일반 사람과 다르게 보지말고,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1cm 턱에 울고 웃는 휠체어

중앙도서관과 후생관의 장애인 이동권 평가는 평소에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강도경(경제·08)씨가 맡았다. 사회대부터 중앙도서관까지는 평탄하지 않은 인도의 노면으로 인해 차도를 이용했는데, 차도를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 휠체어를 탄 도경 씨는 아슬아슬하게 차들 사이를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중앙도서관에 도착했지만 휠체어가 도서도난 방지시스템을 지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휠체어를 접어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마저도 도난방지시스템의 철제 봉에 걸려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대출팀 조기연 팀장은 “만약 장애인이 오면 도난방지시스템 옆 칸막이를 치워 통행하게 한다”며 “점심시간에도 근로장학생들이 상주해 있어 장애인이 도움을 청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한숨을 쉬며 중앙도서관을 나온 도경 씨는 점심을 먹기 위해 후생관으로 향했다. 후생관은 지난해 9월 개관해 학내에서도 가장 최근에 완공된 건물이기에 ‘휠체어가 무리 없이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경사로의 각도가 너무 커 도경 씨는 올라가는 도중 뒤로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더군다나 한 쪽 벽면에만 안전대가 있어 다른 쪽 벽면을 손으로 짚을 수도 없었다. 도경 씨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다”며 “장애인들이 과연 이 길을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 국감서 제기된 낮은 장애학생 비율

지난해 10월에 진행된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우리학교의 장애학생이 총 13명으로, 37명인 군산대에 비해 절반도 채 못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특수교육대상자 등록현황을 보면, 전북대는 22명 중 2명만이 등록해 9.1%의 낮은 등록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군산대는 20명 중 8명인 40%가 등록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번 장애인 이동권 평가를 통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입학한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 신축·리모델링을 통해 비교적 경사로가 구비된 건물들을 선정했지만, 실제로 휠체어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휠체어를 보는 구성원의 무관심과 함께 장애학생들을 배려하는 시설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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