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아카데미 회장 고홍석 교수

 

동호회·봉사·출사로 40년 사진 밑그림
사진…선택과 존재의 의미가 있는 예술


사진을 시작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시작한지 이제 한 시간정도 되어 간다네”라고 익살스레 농담을 건넨 고홍석(농대·지역기반건설) 교수. 하지만 그 말이 빈말만은 아니다. 고 교수가 즐겨 쓰는 셔터 스피드는 125분의 1초, 한 달에 찍는 사진 수 약 3천장,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지난 10년의 시간을 사진으로 압축시키면 약 40분에 불과하다.
사진에 관해 남다른 철학을 지닌 고 교수는 “사진은 빛으로 그려낸 예술이기에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위치 변화나 빛 조절 등 물리적인 작용에 불과한 사진도 선택과 존재의 의미가 있는 철학적 예술이라고.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날씨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지난달 뉴칼레도니아를 찾아 찍은 석양 사진도 고 교수의 생각이 깃들어 있다. 아름다움 혹은 쓸쓸함을 풍기는 일반적인 석양 사진과 달리 그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내일의 태양을 떠올렸다”며 “젊은이들의 당당함과 희망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가 맨 처음 카메라를 접한 것은 40여 년 전 대학 학보사에서 기자활동을 할 때였다. 카메라가 귀했던 만큼 배움의 기회가 적어 실력을 쌓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시간과 의미를 반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는 사진에 무한한 매력을 느껴 사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의미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노력한 10년, 고 교수는 현재 자신의 철학에 공감하는 사진가들과 ‘포토아카데미’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Weekly 서울’이라는 주간 신문에 매주 사진과 글을 게재하고 있다.
개설한지 3년이 되어가는 포토아카데미는 사진을 찍는 동호회를 넘어 ‘의미 있는 사진을 찍자’는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등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75명이지만, 온라인에 개설된 카페의 회원 수는 약 660여명. 고 교수의 카페가 사람들을 사로잡은 매력은 일반회원들은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 없지만 그만큼 질 좋은 사진들이 꾸준히 업데이트 된다는 점이다.
포토아카데미에서 두 번의 단체 사진전도 열었던 그는 지난 달 16일, 동호회원들과 함께 영정사진을 찍는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양지노인복지관’을 찾은 동호회는 89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곱게 차려 입히고 작업(?)에 나섰다. 행여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었지만 후일담을 듣자니 오히려 노인 분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특히 사진 보정을 맡았던 고 교수는 큰 주름이나 점들을 빼달라는 등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흐린 날씨나 위치를 탓하며 사진을 찍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는 고 교수. “사진은 풍경이 아니라 빛을 찍는 것”이라고 남다른 사진 철학을 밝힌 그는 “빛을 발견한다면 보다 단순한 풍경, 사람을 넘어 의미를 담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 진한 열정도 사그라지기 마련이건만 카메라를 든 지 이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세월과 열정을 논할 수 있을까. 카메라를 들고 미소 짓는 그의 열정은 변하지 않는 사진처럼 영원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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