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대학부 당선 소감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 소설만 읽으면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처음엔 그저 내가 쓰는게 재미있어서 썼다. 조금 지나서는 다른 사람이 내가 쓴 것을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자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리고 조금씩 바뀌어서 좋은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도 내 주변엔 좋은 선생님들이 아주 많다.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을 선생님께 여쭤보니,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에 찰 정도는 아니지만, 가능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사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 길로 계속가면 앞이 막혀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단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지도가 있어 더 길을 찾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수상 소식을 듣고서, 토마스만이 문학을 저주라고 한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스스로는 풀 수 없는 그 매혹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저주에 걸린 거라면 기꺼이 그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확인받은 기분이다. 너무 멀리 돌아가고 있거나, 가시밭이 있는 험한 길일지라도 어쨌든 그 길로 계속 가면 된다는 확인. 위대한 작가의 이름이 함께 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이자 선배인 홍규 형이 받았던 상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언젠가 부터 소설이란 결국 인간과 세계에 관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관찰하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또 쓴다. 그러나 아직 어느쪽도 내가 담아내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깊이 보기 위해서. 세계의 단면이라도 인지하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주 천천히 걷겠다. 내게 경전과도 같은 장영우 선생님과, 한 없이 흔들리는 날 매번 구원해주신 박성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과 최명희 문학상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지금 내 옆에 없지만,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내게 행복이 되는 희재한테도 고맙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기에, 헛된 포부나 다짐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 내 혼이 사멸할 때까지 소설을 쓸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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