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평가의 계절이던가. 연일 보도되는 대학평가 순위에 따라 대학들은 울고 웃는다. 우리학교도 순위가 오르면 홈페이지, 전광판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함구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본다. 대체 ‘순위’가 무엇이기에 대학들이 사활을 거는 것이며, 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평가 순위는 중요하다. 이는 지금까지 노력한 성과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학평가는 결과 일뿐 과정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제일주의 방식이다.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우리학교는 대학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문이 국제화 수준으로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어떤 평가를 신뢰해야할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5월 조선일보와 Q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09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우리학교는 97위를 차지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지난달에 더타임즈와 QS가 공동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는 지난해보다 떨어진 500위권을 기록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한 예처럼 대학평가 순위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각 기관에서 적용하는 평가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두 평가의 기본 틀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세계대학평가는 학계 평가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가 각각 40%, 20%를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대학평가에서는 학계평가 비중을 30%로 낮추고, 교수 1인당 논문 수와 논문 1편 당 인용 횟수를 각각 15%씩 반영해 차이를 뒀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평가기준도, 고정불변인 순위도 없다. 순위는 가변적이라 오늘의 1위가 내일도 1위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성적표에 매번 동일한 석차를 기록하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우리는 맹목적으로 1위를 향해 결승점 없는 경주를 하고 있다.
지난 12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수능성적은 학교 서열화가 대학교에서 고등학교로까지 파급되고 있다는 단적인 예이다. 수능성적만으로 실제 학생들이 어떤 교육과정을 밟았고, 실력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찬가지로 일률적으로 적용된 기준으로 평가된 결과만으로 대학과 개인을 단정짓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일인지 깨달아야 한다.
결론은 순위를 떠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현재의 자신에게 주목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순위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은 내게도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한번쯤은 되돌아보길 바란다. 순위를 목적으로 둔 나머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과정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말이다.
김슬기┃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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