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언론계 최대 이슈였던 이른바 ‘미디어법’을 기억하는가? 한나라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신문법과 방송법 등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있지만, 아직 미디어법은 정식으로 통과되지 않았다. 헌재의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대해 야당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청구했고, 현재 헌재에서는 미디어법을 두고 여당과 야당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 중이다. 헌재의 판결은 이번 달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안이 올해 1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판결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판단한다면, 한나라당이 날치기 시도한 미디어법은 원천무효다. 왜 그런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의사절차상의 문제다. 지난 7월 임시 국회에서 미디어법은 제안 취지 설명을 구두로 하지 않은 채 단말기 회의록, 회의 자료로 대체되었고, 질의ㆍ토론 절차 역시 생략된 채 표결에 들어갔다. 물론 그런 의사 절차과정은 헌법 및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다.
둘째, 국회법이 규정한 일사부재의의 원칙 위반이다. 당시 본회의 사회를 본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방송법 투표 종료 선언을 한 뒤 재적 과반수가 되지 않자 재투표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국회법은 한 번 부결된 법안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발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투표는 이를 어긴 것이다. 


셋째, 대리투표다. TV 뉴스와 각종 사진 자료에 의하면, 당시 국회에서는 대규모의 대리투표가 자행됐다. 그래서 국회에 이른바 ‘메뚜기떼’가 출몰했다는 비아냥마저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물론 대리투표 역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위임 및 대리를 불허하고 있는 국회법 제111조를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정치적 판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며 일방적으로 미디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다양한 루트를 통해 헌재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법치주의 정신을 위반하는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 정신’을 구현하는 헌재를 보고 싶다.

김환표┃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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