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시작…매년 무료로 시민 만나
정치 인종 넘어서 인권의 가치 조명

유엔은 인권을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것으로 이것 없이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수 없는 그런 권리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인권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외면당하기 쉬운 가치이다. 지난 1996년 시작된 ‘인권영화제’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권문제를 상기시키고, 이를 신장하는 문화 전령사로 역할해 오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대표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가질 것을 주창하며 시작한 ‘제 1회 인권영화제’는 우리학교 합동강당에서 진행됐다. 1회 영화제에서는 <영화 속의 인권·인권 속의 영화>라는 주제로 사전심의 및 검열 행위를 거부하고, 대중 상영을 최초로 시도한 무료영화제였다. 이에 상영장 대여 불가 압력 등 정부의 탄압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으로 무사히 진행된다. 당시 17편의 영화가 상영됐는데, 한국 양심수의 인권을 보여주는 「그리운 사람들」은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인 이유로 부당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양심수 얼굴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간을 위한 영상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2회를 맞은 인권영화제는 제주 4.3사건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레드헌트」 상영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 장소를 구하지 못해 성당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치러야 했다. 정치적 검열로 표현의 자유조차 지켜지지 못한 제2회 인권영화제는 행사 진행과정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 영화제였다.


21세기를 앞둔 1999년 ‘제 4회 인권영화제’에서는 <인권영화로 돌아보는 20세기>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속에서 탄압 받고 있는 민중들의 현실을 들춰냈다. 개막작으로 상영한 「모든 권력을 민중에게」는 흑인인권운동가 무미아 아부자말을 다뤘다. 이 영화는 자유와 인권의 국가라 불리는 미국의 위선적 이면을 드러내며 인종주의를 비판한다.


‘제 7회 전주인권영화제’는 <엄마, 다녀올게요>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2002년 당시, 미군 장갑차에 깔린 효순이와 미선이, 자살했다던 군인이 고참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 등 “다녀올게요”라는 말이 마지막이 된 사람들. 이들이 우리에게 ‘인권’을 묻는 영화제였다. 그 해 인권영화제의 화두는 ‘일상에 스며든 폭력과 평화의 갈구’였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무지개인권영화제’라는 이름으로 1회는 결혼 이민자로, 2회는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방인이라고 무시되는 이주민들의 인권을 다룬 두 번의 영화제는 아직까지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들춰냈다.
14년 동안 인권영화제는 시대에 따라, 사회상에 따라 짓밟혀온 인권의 역사를 담아내 왔다. 우리에게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인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권의 가치를 관객에게 묻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다. 
정미진 기자
jmj@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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