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학생 인권 주제로 4일간 진행
일상에 도사린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 소개
영화제 통해 인권 문제 되짚는 계기 마련

우리나라는 최근 2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국가인권위원장 대통령 친인사 발탁 등 인권이 공권력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의 의미와 소중함을 뒤돌아보게 하는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가 전북인권교육센터 주관으로 지난 14일 전주 오거리광장에서 막을 올렸다. 나흘동안 전주 오거리광장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 전주 평화동 성당에서 여성 학생 이주민 장애인 인권 관련 19개의 작품을 다뤘던 이번 전주인권영화제의 주요 영화들을 통해 우리의 인권실태를 살펴봤다.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 포스터

▲사회가 갈라놓은 ‘반두비’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들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신동일 감독의 독립영화 「반두비」(2009년 제작)가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카림과 여고생인 민서가 버스에서 만나면서 겪게 되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 둘은 처지는 다르지만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로 방글라데시어로 가장 잘 맞는 친구를 가리키는 ‘반두비’가 된다.


카림은 ‘동남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시종일관 사람들로부터 불합리한 취급을 받는다. 만원 버스에서도 카림의 주변은 휑하고, 옷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도 아르바이트생은 그의 손이 아닌 종이가방에 거스름돈을 올려준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인종차별과 편견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신 감독은 영화에서 이주노동자는 무조건 나쁘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태를 꼬집는다. 전주인권영화제 전준형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도 등한시하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두비’였더 카림과 민서는 결국 불법체류한 카림이 고향인 방글라데시로 강제 출국 당하면서 인연의 끈이 끊어지게 된다. 민서와 카림은 영원한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이 된 이 둘의 여행에서 카림은 “그저 행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피부색이 달라 무시되는 인권과 사회적 편견이 이제 변화될 때임을 말하고 있다.
 

▲대학은 등록금 지옥?
등록금 천만 원 때문에 목숨을 끊고, 졸업하면 88만원 세대가 되는 현재 대학생들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대학생들이 처한 힘겨운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사회 현실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대학생 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도 눈길을 끌었다.


다큐멘터리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고액 등록금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강요받는 대학생들의 절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버린 한 학생은 “집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인 생물학적 동등성실험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인간 마루타를 자처하며 목숨을 걸고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안창규 감독은 주류 언론이 다루지 못한 부분을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학가의 실태를 알리고 닫혀있는 대학생들의 의식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했다.


안 감독의 이 다큐는 교육은 공공의 권리이고 이것이 보장될 때, 대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학은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고 사회는 이를 조장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까지 등록금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이 있다면 같은 대학생이 겪는 현실을 공유해보길 권한다.
 

▲여전히 후진적인 여성노동인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서 일했던 1970년대 여성노동자와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2000년대 여성노동자가 만났다. 두 사람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하지 않는 여성노동인권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의 주인공이다.


군부독재 시절인 1970년대 여성노동인권의 현실은 암울했다. “하루에도 12시간 이상 물도 먹지 못한 채 일을 했었다”는 효순 씨의 말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일명 공순이로 불리며 한 평생을 살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여성 노동현장의 배경은 달라졌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그때와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복직 시위를 벌여온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시위의 자유마저 뺏긴 채 여경에게 강제 해산 당하며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나누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힌 김태일 감독은 30년 동안 변화하지 못한 노동인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전 집행위원장은 “여성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인권의 문제를 짚어보는 영화”라며 “대학생들도 여러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깊어지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효순 씨와 윤경 씨의 포옹으로 마지막 장면은 끝이 난다. 포옹을 통해 그들은 지난 30년 간 변하지 않았던 현실에 맞서 싸우는 에너지를 충전했을 것이다.
박승훈 기자
psh050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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