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지킴이 삼인방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의 ‘온고지신’은 21세기, 특히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미래에 중요한 지침이 될 만하다. 전주에서 지역문화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을 이끌며 온고지신의 삶을 실천하는 문화 지킴이들의 지역 사랑기가 궁금하다.

“60년 전 다니던 전동성당 역사 전합니다”
신앙문화해설사 유철종 명예교수

“전동성당은 호남 전체에서 최초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로서 비잔틴풍 건축양식의 대표라고도 불립니다.”
전동성당을 찾은 신자들과 관광객들에게 역사적인 설명은 물론 추억에 남을 사진까지 친절하게 찍어주는 유철종(사회대·정외) 명예교수의 직함은 ‘신앙문화해설사’다.
신앙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 교수는 일주일에 3번 성지안내와 성당 역사를 해설하고 있다. 60여 년 전, 유치원 때부터 전동성당을 다녔다는 그는 현재까지도 전동성당 터줏대감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퇴임 후 스스로의 만족과 사회봉사 활동에서의 보람을 얻고자 이 일을 선택했다는 유 교수는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며 다른 사람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하는 데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4대째 천주교 집안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천주교에 대한 역사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성경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1945년부터 지금까지 한옥마을에 거주해 온 유 교수는 전주의 맛과 멋을 알리는 ‘천년전주사랑모임’의 일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주는 역사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향교는 물론 오목대와 이목대 등의 유적지를 가진 전주는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유 교수. 그의 소망에서 문화해설사와 전통문화 지킴이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관광객들에게 전주문화의 정수를 전하기 위해 눈빛을 빛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유 교수에게서 지역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읽혀진다.
박지희 기자
pjhp@jbnu.ac.kr

“예향 전주의 멋, 소리로 전해요”
대금연주가 이창선 씨

지난 14일 소리문화전당에서 만난 대금연주가 이창선(한국음악·98년 졸) 동문은 전주시립국악단과 대학생이 협연한‘젊은소리 11’공연을 앞두고 분주했다.
17세 때 대금소리에 반해 연주를 시작한 이 씨는 국악계의‘늦둥이’였다. 자신보다 먼저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그는 대학 입시까지 1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대금 연습에 몰두했다. 이후 무사히 한국 음악학과에 진학한 그는 현재 전주시립예술 국악단의 대금수석단원이자 ‘이창선 스타일’밴드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슬프고 서정적인 대금음악의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소망을 지닌 그는 밴드에서 ‘음악은 서비스업’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꿈을 실현 중이다. 이씨는 “국악 역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며 자신의 역할은 “우리만의 독특한 국악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꿈꾸는 소년’이라는 대금 음반 1집을 발매해 기존의 국악 음반과는 차별화 된 분야를 개척한 이 씨. 이런 그의 열정 덕에 지방 아티스트 최초로 ‘2009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조만간 발매할 2집 대금 음반에서 전주의 전통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감각적인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과 호흡하는 음악을 통해 우리지역이 세대를 아울러 하나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이 씨. 국악의 매력을 현대적이고 도전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젊은 연주가에게서 예향 전주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
민지수 기자
mjs@jbnu.ac.kr

“지명 찾아 삼만리…지역 자부심 가득”
지역소식지 <안골사람들> 만드는 김미현 씨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민이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자부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애착을 갖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내가 사는 지명의 유래를 아는 것. 인후문화의 집 기획팀장 김미현(사회복지·석사 4학기) 씨는 2달에 한번 발행하는 지역소식지 <안골사람들>의 ‘인후동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민에게 전주시 인후동의 지명에 관한 유래를 찾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복지와 관련된 경험과 이론공부를 병행하고자 인후문화의 집에서 일하게 된 김 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기치 않게 <안골사람들>의 전반적인 취재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글과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미현 씨는 갑작스럽게 생긴 난관을 펜 하나로 헤쳐나가야 했다. “취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의무감이 먼저였다”는 그녀는 “요즘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옛 이야기가 즐거워 발벗고 지명 유래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현 씨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명 유래에 관한 글로 인해 지역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현 씨는 “한 어린이 연극단에서는 제 글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었고, 팥죽에서 지명이 유래된 곳에서는 팥죽대회가 열리기도 했다”며 “지역문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전주가 부채로 유명했던 이유를 알게 해준 합죽배미 마을 등 미현 씨는 지명 유래를 써내려 갈 때마다 소중한 추억이 많아졌다. 한번쯤 그녀처럼 지명의 유래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새 뭉클 솟아오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동우 기자
gdw@jb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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