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면․마천면 주민 생업 접고 반대운동 벌여
주민 재산권 침해․생태계 훼손 등 문제 다수
지역사회·시민단체 반대…불도저식 진행 NO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을 가진 지리산. 신선들이 내려와 놀고 갔다는 전설이 있어 삼신산 혹은 삼선산이라고도 하는 지리산은 그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뽐내는 곳이다. 지난해는 이런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지리산이 네셔널트러스트의 보전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지리산에 댐 건설 논란은 지리산과 인근 주민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용유담 일대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1984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댐 건설 기본 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그 후 잠잠했던 지리산댐 건설 계획은 1999년 부산·경남 지역 수자원개발계획으로 인해 실상사 진입교량이 수몰될 정도의 댐을 만들겠다며 다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상사를 비롯한 불교계와 지역사회의 반대운동으로 2001년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후보지에서 제외된 듯 싶었지만 함양군은 2002년 이후 지리산 댐 건설이 주민의 숙원사업이라며 주민의 동의 서명과 함께 지리산 댐 건설을 세 차례에 걸쳐 적극 요청했다.  결국 2007년 4월 건설교통부 주최 댐 건설장기계획 변경안에 지리산 댐이 다시 후보지로 오르게 된다. 이 후 같은 해 6월 인근지역 홍수조절과 안정적인 용수공급 등의 이유로 댐 건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리산생명연대(이하 생명연대)’에서 조사한 결과 인근 지역은 최근까지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고, 또 실질적으로 홍수조절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크고 작은 물길이 합쳐지는 지점에 댐이 건설되더라도 큰비가 오면 홍수 조절은커녕 댐 수문을 열기 바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조사였다.

생명연대 최화연 사무처장은 "주민 80%가 동의했다고 알려진 함양군의 서명은 수몰 예정지 주민을 제외한 지역 이장들에게 받은 억지 서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리산댐 건설의 타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높이 103m, 길이 400m의 저수용량만 97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댐 건설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만약 이 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 예정지인 함양군 마천면을 비롯한 일부 마을 주민들은 앞집, 뒷집으로 오가던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또한 남원시 산내면의 경우 안개 일수 증가로 인해 주민들이 생업으로 삼고 있던 과수, 벼, 엽채류, 곶감 농사 등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박동렬(75·남원시 산내면) 할아버지는 “가뜩이나 댐이 생기면 안개 일수가 많아져 기온이 떨어지고 그 만큼 농작물은 자라지 못해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게다가 산내는 물에 잠기지 않아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한편 지난해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과 ‘상수도 민영화’ 정책의 일환으로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의 심의가 강행되자,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삼고 있는 서부·경남권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졌다. 이에 정부는 “부산·경남 주민들에게 지리산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며 ‘낙동강 취수원 대이동’사업으로 지리산 댐 건설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 중에 있다. 이에 최 사무처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며 시행한 4대강 정비 사업이 취수원을 망가지게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원시 산내면 주민들이 모여 지난 16일 ‘강과 고향을 사랑하는 산내면 주민들의 강 따라 걷기(이하 걷기 운동)’행사를 벌였다. 이번 걷기 운동은 산내면 주민들이 한창 익어가는 들판을 보면서도 생업을 포기하고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의사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마천면 의탄분교에서 시작된 걷기 운동에는 산내면 주민들뿐 아니라 수몰 예정지인 마천면 주민을 비롯해 진주환경연합, 실상사 스님 등이 모여 자리를 함께 했다. 걷기 운동은‘지리산 이대로 푸르게, 엄천강 이대로 흐르게’등의 현수막을 들고 엄천강을 따라 약 1km를 걷는 것으로 진행됐다.

‘지리산댐을 반대한다’를 외치며 걷기운동의 시작을 알렸던 임풍작(73·남원시 산내면) 할아버지는 “외국에서는 식수 사용을 위해 바닷물을 정화한다는데 댐을 세워 취수원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리산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 될 때까지 싸우겠다”며 결의를 보였다. 또한 최 사무국장은 "댐 건설이 당연시 되어가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런 행사를 계속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시화방조제를 만들어 조성된 인공 호수인 시화호는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심각한 수질 오염이 뒤따르면서 조성된 지 3년 만에 죽음의 호수로 불리게 됐다. 현재는 복원 사업 중에 있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은 쉽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지리산에 댐을 세우면 다시 예전의 지리산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다. 대가가 큰 사업인 만큼 불도저식 사업 진행이 아닌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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