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토론 상승세, 학문․취미 하향세
신입생 “흥미보다 취업경력 도움돼야”

◇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동아리 회원 모집 현장.
‘선배들 등골 휘게 할 신입생 모집’, ‘새내기 들어와 즐기면 될 뿐이고’ 등 새로 입학한 1학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포스터들과 형형색색의 천막 물결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새학기를 맞아 동아리 회원 모집을 위한 열띤 홍보전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이뤄진 이번 동아리 회원 모집기간에는 한 명의 신입생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오전 12시부터 2시간동안 각 동아리들의 열띤 공연도 이어졌다. 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진 밴드 동아리의 공연, 댄스 동아리의 춤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공연과 학생들의 환호성으로 캠퍼스는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최근 신입생들의 동아리 선택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 새내기들이 흥미․적성에 맞는 동아리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관심이 높기 때문. 김지환(고분자나노․09) 씨는 “경제가 계속 어렵다 보니 미래를 위해 취업 관련 동아리에 관심이 많다”며“가능하다면 취업에 관련된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3~4년 전만 해도 동아리 신입회원이 100명이 넘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 신입생 환영회를 2차에 나눠서 진행했다는 한 학문 동아리는 올해 신입회원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다른 학문․취미 동아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바둑동아리 ‘검은 돌 하얀 돌’의 경우도 작년에는 70명 정도 지원했지만, 올해 신입회원은 40명으로 약 40%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에 사진동아리‘시간을 담는 사람들’의 정지혜(과학․07) 회장은“요즘 신입생들은 학과공부나 취업준비에 열심인 것 같다”며“동아리 활동을 하면 공부 할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의 동아리들은 신입회원 수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영어동아리 ‘프론티어’의 경우 신입회원이 작년 120명에서 올해는 2배 가량 증가했다. 프론티어 회원 이광로(기계설계․02)씨는“새내기들이 미래의 취업을 생각해서 관련 동아리에 몰리는 것 같다”며 “토익, 토플 등 영어자격증의 중요성이 높아진 탓인지 올해 신입회원이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토론 동아리‘흥사단’도 신입회원이 작년 50명에서 올해 80명으로 증가했다. 흥사단 회원인 이민수(건축공학․06) 씨는“토론 동아리는 학과수업에 도움이 되고 요즘에는 기업 면접에도 토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신입생이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교육에 치여 살던 신입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또 다시 학과 공부․취업 준비에 치이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총동아리연합회 진민영(농업경제․04) 회장은“예전에는 우리학교 동아리들이 지역문화를 선도해 왔다”며“취업 관련 동아리로 편중되는 현상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이 많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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