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친목 도모 명분…형식․관례적
만취한 취객들의 추태․쓰레기로 몸살
함께 즐기고 배려하는 음주 문화 절실

요즘 대학생들은 하루가 너무 짧다. 하루나 이틀 걸러 열리는 잦은 모임에 심신이 고달프지만, 친구와 선후배를 사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술자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학과나 동아리 개강모임 등 신학기 친목모임으로 서문 근처 대학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술 권하는’ 대학생들로 넘쳐난다. 전통이나 관습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술자리 문화의 현장, 시간대별로 나누어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해 봤다.

오후 10시는 주로 6시∼7시에 시작하는 모임들이 정점에 이르게 되는 시간이다. 이 시각, 한껏 올라온 취기를 더 즐기려는 학생들과 귀가를 재촉하는 학생들이 뒤엉켜 건지길은 사람들로 번잡하다. 신입생인 공대 K군은 “집이 멀어서 다른 동기보다 먼저 나왔는데 선배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며 “일찍 가면 자꾸 겉돌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후 11시, 대학로 카페는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휴식을 청하려는 학생들이 자리를 메운다. 이런 이유로 거리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사람들이 줄어든 거리에서는 본격적으로 취객들의 추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한쪽 구석에서는 구토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하보도에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추태를 증명하듯 깨진 유리병 조각이 흩어져 있다. 학생들의 추태를 보며 서문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종석(38․평화동)씨는 “요즘 술 취해 택시를 타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며 “여전히 술 먹는 문화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정이 되면서 버스가 끊기고 택시 할증이 붙어 학생들은 귀가를 서두른다. 택시기사 정형석(50․덕진동)씨는 “어제 탔던 학생이 술 취해 비틀거려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하소연했다.
새벽 1시, 정리를 시작하는 노점 상인들로 거리는 다시 부산스럽다. 대학로에서 햄버거를 파는 김성훈(53․덕진동)씨는 “술을 먹고 시비가 붙어 싸우는 학생들을 보면 자식 같아 안쓰럽다”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술자리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벽 6시가 되면 어제의 전쟁 같았던 거리는 사람대신 쓰레기로 넘쳐난다. 환경미화원 권비웅(52․서완산동)씨는“한번은 상해에서 새벽에 도착한 중국 학생이 쓰레기가 넘치는 거리를 보고 전북대가 맞는지 물어서 참 민망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의 음주문화에 대해 윤정모 학생처장은 “대화가 아닌 술을 마시기 위한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술이 사람보다 먼저인 문화는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이맘때‘술독에 빠진 3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생들은 지나친 음주문화에 빠져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잊지 말고 스스로 억제할 수 있는 만큼 적당히 마시려는 의식과 선후배 간 친목 문화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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