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공공 음악활동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던 시대 분위기의 19세기 초 클라라 비크는 여성이면서 당대에 음악가로서의 큰 명성을 누렸다. 어린 시절 이미 대중을 압도하는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했고 연주여행에서도 괴테, 쇼팽, 파가니니 등으로부터 큰 찬사를 듣기도 했던 클라라는 로베르트 슈만과 결혼할 때 이미 슈만보다 훨씬 더 유명했었다.

이러한 슈만과 클라라 부부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당시의 작곡가들은 베토벤 교향곡의 완전함에 열광한 나머지 교향곡을 작곡해야만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슈만은 ‘교향곡은 베토벤이 이미 완성해버렸기 때문에, 교향곡 작곡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며 교향곡을 작곡할 생각을 안 하였다. 이에 클라라는 남편과 함께 보는 부부일지에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남편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이번 주 내내 나는 이 일기장에 적을 것이다. 만약 교향곡을 작곡한다면 남편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작곡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작곡에 몰두하는 남편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큰 소망은 (슈만이)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이다.’ 일지를 보고 크게 감명 받은 슈만은 이후 3주만에 교향곡을 작곡했다. 현대에 들어 전해지는 슈만의 교향곡은 4곡이 있으며, 그 곡들은 지금도 유명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곡들이다.

클라라는 교향곡 작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던 남편 슈만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자극을 줬고, 이것이 현대에도 전해질 정도로 위대한 교향곡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의미를 찾고서 살아가는 삶이 이렇듯 귀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TV에서 여성 산악인 오은선이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정상 ‘낭가파르바트’에 도전하여 성공하는 것을 보았다. 눈 덮인 높은 산의 신비로움은 작은 브라운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러웠다. 눈 쌓인 경사랑, 크레바스, 헐떡이는 숨, 정말 위험해 보이는 도전! 그러나 기어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만세! 아하,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는 저렇게 죽도록 힘든 도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유흥이 넘치는 현금 세태 속에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노력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을 귀히 알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같은 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단다. 그 물은 이미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영원히, 정말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기분 좋은 이 초가을, 삶의 의미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의미 있게, 보람 있게 살기 위한 노력의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님이여, 저는 할 일없는 많은 시간을 두고 잃어버린 시간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신상호┃예술대·음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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