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의 개념 아닌, 대화와소통 위해 올라
비상/철학/우정으로 느끼는 산의 매력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산을 찾는가? 어느 유명한 산악인의 말처럼 그곳에 산이 있기에?
여기, 특별한 이유를 갖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비상의 꿈을 위해, 때로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빛으로 담기 위해, 그리고 숲과의 어울림을 실천하기 위해 산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들만의 특별한 산 예찬을 들어봤다.<엮은이 밝힘>

▲하늘 위에서 산을 만나다

▲야생화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산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욕망,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슴에 품어보는 꿈이 아닐까. 특히 하늘과 가까운 산에 오르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아른거리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열기구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나는 것으로 실현됐으며,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하늘과 자연을 만끽하는 꿈으로 이어졌다.

패러글라이딩은 세계적으로 동호인 수가 가장 많은 항공 스포츠로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동호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친숙한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산 정상이나 능선에서 약 10m정도 도움닫기 후 비행하는 패러글라이딩은 평균 30km/h의 속도로 이동해 단순한 등산과는 달리 계절마다 다른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항공 스포츠다. 

겨울이면 흰 눈에 덮인 신비로운 설산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오색 단풍 속에 등산객들의 활력이 가득한 가을산을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만끽할 수 있는 산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패러글라딩 마니아들은 하늘에서 보는 산은 결코 적막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다.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김인식(44·덕진동) 씨는“그저 내 발 밑에 있는 산과 하늘 높이 올라가 멀리서 보는 산은 완전히 다르다”며 “봄에는 연초록색에서 갈라진 수많은 녹색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눈 덮인 겨울산은 미술관에 걸려진 액자 속 작품 같다”고 소개했다.

혼자서 하늘을 나는 일이 때로 외롭기도 하지만, 가을이면 수많은 등산객들과 손짓으로 인사하며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는다. 우리나라에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유명한 임실에 위치한 경각산은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산으로 사계절 내내 반가운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인식 씨는“언젠가 경각산 주변 군부대에서 비상착륙을 하는데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적이 있었다”며 무서웠던 등산객들(?)과의 조우를 기억해 냈다.

패러글라이딩은 자연의 힘을 통해 움직이기기에 자연을 경외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동력기가 달린 패러글라딩이 있어 강이나 들에서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착지할 때 스키를 타는 패러스키, 2인용 패러글라이딩인 템덤비행 등 다양하게 응용되어 즐기기도 한다.

“하늘에서 보는 산은 그 자체로 자연이 빚어 놓은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하는 패러그라이더. 이번 가을에는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자연이 만든 그 특별한 예술작품을 한번쯤 감상해보는 호사도 누려보자.

▲야생화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산

꽃이야말로 산이 갖는 아름다움의 근원이 아닐까. 등산로 사이사이에 피어있는 야생화는 등산객의 눈길을 단번에 붙잡아 산 속 조각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야생화의 소박한 아름다움만큼은 자연이 안겨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등산을 하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셔터를 누르는데 열중하기도 한다.

야생화란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산이나 들에서 자연 상태로 피고 지는 꽃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는 제비꽃, 민들레 등이 있다.

야생화가 다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나무와 달리 지역마다, 계절마다 무수히 많은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을 논하지 않아도 꿋꿋이 저 홀로 피는 야생화는 옛 선비들이 찬미하던 매난국죽과 같은 대찬 기상은 없지만, 특유의 소박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등산객들을 반긴다. 야생화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한결같이 야생초의 자유분방함에 반해 산을 찾곤 한다고. 

지리산을 13번이나 종주할 만큼 산을 즐겨 찾는 고홍석(농생대·생물자원시스템) 교수는 특이하게도 야생화의 꽃잎보다 잎사귀를 좋아한다. 고 교수는 “남과 다른 가치, 개성을 찾다 보니 야생화 잎을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꽃망울만 꽃의 전부는 아니다’는 게 그가 보고 발견해 낸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고 교수가 찾아 나선 야생화의 매력은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 속에서 그때의 추억과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채 살아 숨쉬고 있다. 동남아의 어느 산 속, 어떤 이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해 바쳤던 야생 장미와 무지개도 아련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의 필름 속에 담겨 있다. 고 교수는 “추억과 철학이 사진에 내면화돼야 진정으로 남과 달라질 수 있다”며 “내게 큰 의미를 줬던 날의 사진이기 때문인지, 야생 장미와 그 사진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인간과 숲의 ‘어울林’이 있는 곳

오늘도 산과 야생화를 찾아 그것의 특별함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챙기는 고 교수. 그에게 있어 산은 곧 야생화다. 당신의 산은 무엇인가. 한번쯤 생각해 보자. 나를 부르며 손짓하는 산, 그 산의 매력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인간과 숲의 ‘어울林’이 있는 곳

◇건지산 한 자락에 조성된 숲 길.
많은 사람들은 건강이나 정상 ‘정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산을 찾곤 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면 정복자라는 칭호가 부여되지만, 산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여기, 또 다른 이유를 안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숲과의 대화, 이들이 산을 찾는 이유다. ‘전북 생명의 숲(이하 생명의 숲)’ 사람들은 우리지역에 위치한 산과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명산들을 빼놓지 않고 오르고 있다. 숲과 인간의 ‘어울림’을 모토로 활동하는 이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좀 더 숲을 알고, 가까워지고, 이해함으로써 숲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 숲정책팀 이경민(산림자원·07년 석사 졸) 씨는 “숲에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보호가 아니라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꽃을 꺾는 단순한 행위에서도 생명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일, 숲 속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존귀하게 여기며 마음 속에 숲의 생명들을 품는 일, 그것이 바로 산과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라고.

생명의 숲은 비교적 산을 찾기 힘든 이들도 숲과 친해질 수 있도록 산의 등산로와 쉼터를 개조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함께 진행한 이 사업으로 우리학교와 인접한 건지산도 얼마 전, 휠체어를 타고도 다닐 수 있는 숲길이 조성됐다. 건지산 한 자락은 이제 휠체어 크기에 맞춘 도보와 쉼터가 마련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열린 숲이 됐다.

일정한 주기로 전주 주변의 산을 찾는 ‘전주 둘레 산 잇기’와 20여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산을 거니는 ‘우리 숲 탐험대’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한다는 경민 씨.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역의 숲길을 자주 거닐며 자연스레 산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어 보람 있는 시간들”이라며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차츰 숲에서의 놀이를 자연스레 터득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매번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산은, 산 속의 숲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을 한 번 찾아가 보자. 어쩌면 인생에 있어 최고의 행운인 평생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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