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집단생활 등장…배타적 의식
기원고정관념, 특정 집단에 대한 도식(Schema)
편견 깨려는 노력으로 다양한 가능성 발견

‘마른 사람은 성격이 까칠하다’, ‘충청도 사람은 느리다’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당연시하며 내뱉는 이 말은 고정관념으로 이뤄진 ‘사회적 편견’으로 실제로는 말랐다고 해서 까칠하거나 충청도 사람이어서 느리진 않다.


계급·인종·성차별에서부터 지역·나이·세대 등 범위가 광대한 사회적 편견은 고정관념이 심화된 개념이다. 이에 사회적 편견을 이해하기 위해선 고정관념에 대해 먼저 알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의 시초에 대해 이정덕(인문대·문화인류) 교수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을 것”이라며 “타 집단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오해를 낳고 편견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고정관념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는데, 여성의 지위를 예로 들 수 있다. 원시시대에는 모계중심사회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중심사회로 변했고 여성의 지위가 하락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노동운동을 통해 1880년대 이후로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지금은 남녀평등사회가 지향되고 있다.


고정관념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과거 우리가 결혼 적령기가 지난 여자를 ‘노처녀’라고 불렀다면 요즘은 ‘골드미스’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골드미스는 30대 이상 40대 미만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사회적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의미한다. 이처럼 배경에 따라 변하는 고정관념에 대해 이 교수는 “고정관념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줄거나 늘어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에서 거론하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살펴보면 집단 적대감의 인지적 요소를 고정관념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편견은 감정적 요소로, 행동적 요소는 차별대우라고 말한다. 대개 이 세 요소는 동시다발적이거나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며 심할 경우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이를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전라도 사람은 ‘빨갱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전라도=빨갱이'라는 공식을 고착화 시켰다. 그 이후 영·호남 지역감정이 생겨났으며, 지금까지도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 용어 중에는 ‘도식(Schema)’이라는 개념이 있다. 도식은 정보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한 사고의 틀로, 모든 정보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식을 통해 머릿속에 입력시키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과’라는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서는 빨갛고 둥근 과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사과에 대한 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정관념은 특정 집단에 대한 도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식은 사람의 머릿속에 입력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바뀌기 어렵다. 강혜자(사회대·심리) 교수는 “도식은 정보 처리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확하며 선입관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정관념은 집단 간 경쟁심과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위협을 받았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의 심리에는 내집단에게 이익을 주려는 경향이 있어 외집단을 낮게 보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면서 상대편에게 야유를 보내는 관중들의 행동도 이에 기인한다.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인종차별을 법제화시킨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약자보호조치’를 실행해 고용에 있어서의 인종차별을 금지한 선례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종차별적 언행을 강력한 처벌대상으로 규정해 백인과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 집단이 공존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인지의 과정도 필요하다. 자신이 먼저 인식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편견을 갖는 태도는 고쳐야 한다. 또한 집단 접촉을 통해 사실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집단 간의 접촉을 통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지역감정을 넘어 온 국민이 화합했던 순간을 들 수 있다. 이 교수는 “고정관념은 사회적인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모든 것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누구나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쩌면 동남아시아 사람이 길을 물어올 때 피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내면에 숨어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노력,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