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종달새는 가둘 수 있다. 그러나 그 종달새의 노래까지는 가둘 수 없다.”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1980년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갇혀 66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사망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지도자 보비 샌즈의 말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 선고를 보고, 보비 샌즈가 떠올랐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마도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위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 등 이른바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씌웠다. 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혐의에 대해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장악을 위해 배임을 빌미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했다는 게 생생하게 증명된 것이다.


정연주 전 사장의 무죄 선고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그 동안 시민들 사이에서 창궐하던 패배감과 냉소주의를 털어낼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광우병 논란과 이에 따른 촛불 정국은 대한민국 전역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시민들은 건강권과 생명권, 그리고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일방소통만 했을 뿐이고, 이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적잖은 무력감과 절망감,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촛불정국을 겪으며 시민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명박 정부하에서 ‘소통’은 백년하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절망감은 이른바 ‘언론악법’ 정국 속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국민의 60% 이상은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징하게 표현했지만, 또한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며 적지 않은 애로와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절망감과 무력감, 그리고 냉소주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가장 원하는 시대정신인지도 모른다. 눈치 보지 않고 무한질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그런 시민들이 일궈낸 성과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질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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