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상권의 주고객 젊은층 떠나고 있어
빈약한 자영업자, 작은 자극에도 ‘휘청’

 

현대슈퍼마켓.

요즘 한옥마을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비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은 깨끗해졌지만 한옥마을 중심을 벗어나면 이와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보이는 폐가와 낡은 건물들, 이중 ‘현대슈퍼마켓’은 이 골목을 지키며 손님을 맞이하는 작은 구멍가게이다.


1969년부터 현대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소순구(72·전주시 교동) 할아버지의 가게 간판은 강산이 바뀌어도 네 번은 바뀌었을 세월동안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도 슬어 있었다. 가게 안은 옛 건물들이 그렇듯 낮은 천장에 달걀이며 한과, 음료 등 물건이 빼곡히 차 있었고 할아버지는 손님들이 앉을 의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주인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건넨 말. “한옥마을 개발은 시에서 하는 거니까 좋은 거겠지. 그런데 우리 같은 상인에게는 안 좋아. 가게를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어.”


주인 할아버지가 한옥마을 개발에 대해 시큰둥한 이유는 뭘까. 이유인즉 천년 전주를 위한 미래도시 성장 계획의 일환으로 전라감영을 복원하면서 파장되는 일 때문이다. 전라감영 복원은 역사의 회복과 과거, 현대, 미래를 연결해 전통문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 공간에 주변 사유지가 포함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사유지 중 일부가 할아버지 가게 상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 할아버지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향교 앞쪽의 원판각 공사가 한창인 곳을 가리켰다. 복원 계획에 포함된 사유지 사람들과 이런저런 공사 때문에 젊은이들이 이사해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제 이곳에는 구매력이 낮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주인 할아버지는“사는 사람이 있어야 물건도 사고 장사가 되지”하며 “이제 조금만 지나고 저녁때가 되면 사람도 잘 안 다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한옥마을이 개발되고 찾아오는 사람도 증가했지만, 현대슈퍼마켓과 같은 골목의 구멍가게들은 관광객의 발길이 미치지 않아 할아버지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개발로 인해 한옥마을 은행나무길 주변은 물길이 흐르고 아기자기한 전통공예관과 찻집 등이 한 집 건너 하나로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영세상인들에게는 그리 좋은 일도 아니다. 가뜩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골목 상권들이 개발 우선정책이나 SSM 입점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당해낼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은 모두 그 날 장사에 달렸다는 주인 할아버지는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시 복원 사업이 끝나면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라고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개발 그늘에 가려진 한옥마을 속 자영업자들의 오늘은 우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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