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과 함께 2학기가 시작됐다. 눈에 익은 4학년 학생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휴학을 했겠지. 이맘때쯤 되면 도지는 고질병이다. 취업을 앞두고 휴학을 하는 4학년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다. 휴학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취업에 필요한 스펙(spec)을 쌓기 위한 것. 졸업을 해도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청년백수시대가 낳은 트랜드다. 이런 상황이 단지 올해만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몇 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생지도교수제를 통해 2년 여간 매학기 두세 번씩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취업문제를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학생들이 취업과 관련하여 집중적으로 쌓고 있는 스펙 문제다.

묻지마 스펙 쌓기가 가장 큰 문제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인이 지원할 기업이나 직업군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스펙 쌓기에 돌입한다. 다른 학생들은 있는데 자신만 없으면 취업에 있어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의 발로이리라. 그런데 막상 기업체 입사지원에서 그 스펙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의문이다. 기업 인사채용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지원자들이 남들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스펙은 없고 모두 비슷한 스펙을 보여주고 있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다. 그래서 가끔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가 기업 채용 관련 기사로 올라오는 경우가 눈길을 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왜 자신이 추구하는 기업이나 직업군에서 요구하는 스펙 쌓기를 못하는 걸까? 왜 저학년 때부터 자신만의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할 수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 후 삶에 대해서 일찍부터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입시지옥이라는 고등학교 교육에 지친 나머지 대학에 입학하면 한껏 자유를 만끽하려 한다. 자유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향후 사회인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한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 이러한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토양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기 물음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쌓는 스펙이야말로 자신을 남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다. 

최근 모든 산업분야에서 ‘창의적 인간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지식 중심의 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단순 노동이 아닌 창조적인 지식노동이 중시되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서는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번지점프는 난간에서 발을 뗄 때까지가 두렵다. 그러나 막상 떼고 나면 그 두려움은 희열로 다가온다. 심각한 취업대란을 두려워말고 이제부터 자기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가꾸는 첫 발걸음을 내딛어보자.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가는 희열을 느껴보자.

꿈꾸는 자만이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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