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한, 저항문학의 꽃을 피우다

 

만주는 무장 투쟁·저항 문학 근거지

백일장·문학상 개최로 우리 얼 지켜

침체된 조선족 문학…관심과 교류 필요

 

전북대신문사는 8.15 광복절을 맞아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해 항일의식과 소수민족의 설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조선족문학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북한 접경지역인 두만강 일대와 윤동주 시인의 모교이자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용정중학교(옛 대성중학교), 조선족 인재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연변대 등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전북대신문은 조선족문학 이론 연구가인 연변대 조선언어문학부 김호웅 교수의 자문을 바탕으로 조선족문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한다. <엮은이 밝힘>

조선족문학을 이끌어가고있는 연변대학의 캠퍼스

▲ 우리말과 글 지키는 저항문학

중국 조선족문학의 시초는 구비문학으로 보는 설이 지배적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일제의 핍박을 피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 만주 땅에 자리 잡은 조선족들은 우리의 신화, 전설, 민담 등을 가져와 따라 부르며 망국의 한을 달랬다. 당시 조선족문학은 고국의 문학을 그대로 옮겨온 탓에 창작 문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주민들의 정착 생활과 희로애락을 주제로 삼기 시작하면서 조선족문학 발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의병장, 독립투사, 교육자, 언론인 등이 점차 조선족 이주민 사회로 편입해 들어오면서 조선족문학은 국권 회복과 민족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의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신채호, 이육사, 김좌진 등 우국지사들의 작품과 이 시기 만주 땅에 널리 전해진 창가, 독립군가요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30년대는 만주 땅에 터를 잡은 조선족 이민 2세대들에 의해 진정한 조선족문학이 움트기 시작한 시기다. 이때 활약했던 이민 2세대로는 용정 명동 출신으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남긴 윤동주, 광복 후 조선족문학의 발전을 이끈 리욱과 김학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 1930년대 조선은 일제에 의해 민족혼 말살정책이 진행된 탓에 우리의 말과 글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항일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감시가 비교적 덜한 이곳 만주 지역으로 건너와 무장투쟁을 벌이는 한편, 조선말·글을 이용한 문학투쟁을 통해 우리의 정신문화를 지키고자 했다. 이처럼 조선인들의 삶과 항일 무장 투쟁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조선족 문인들은 일제가 패망한 이후에도 한민족으로서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문학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 조선족문학의 정체성 찾기

1945년 이후 조선족문학은 중국의 정치·사회·문화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이를 반영한 문학이 주를 이룬다. 이 시기 조선족문학은 민족적인 형식에 중국 사회주의 내용을 담은 문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화대혁명 이후에는 중국문학과 궤를 같이하며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다. 또한 서구문학의 급속한 유입으로 현대문학의 기초가 세워지고 한중수교를 계기로 한국문학이 들어오면서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조선족문학의 핵심은 '뿌리 찾기'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조선족 문인들은 중국이나 한국 모두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이중적 정체성으로 고뇌하는 조선족들의 특수한 상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주기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이에 김호웅 교수는 "조선족들은 자신이 중국 인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한민족으로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최근 작품들은 자신과 주변인의 사적인 문제, 개인과 사회의 갈등과 같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나 여성인권을 주제로 하는 등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인활동․문학상 개최 등 두각

현재 조선족 문인들은 모국의 언어로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연변 조선족자치주를 기반으로 문학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변은 조선족 문학의 중심지로 연변작가협회 소속으로 500여명이 넘는 조선족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흑룡강, 요녕성, 북경 등에도 조선족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변일보, 흑룡강 신문을 비롯해 일송정 등의 문예지들도 한글로 발간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조선족 청소년들과 기성문인들을 위한 백일장과 문학상도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연변대의 경우 '청소년평화백일장'을 10해째 진행하고 있고, 조선대와 공동으로 '청송 문학상'을 개최하는 등 조선족청소년들이 우리말과 글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연변문학에서 주최하는 '윤동주 문학상'과 연변작가협회와 옥천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지용 문학상󰡑등 각종 문학상들도 개최돼 조선족 기성문인들의 문학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 흔들리는 조선족사회, 한국 관심 필요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13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이지만, 더딘 경제발전과 한족 유입으로 인해 연변을 비롯한 조선족사회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조선족 문인들 역시 조선족 사회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 작품 활동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문학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90년대 이후 조선족 문예지들이 재정난으로 인해 하나둘 명맥이 끊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김 교수는 특히 작가가 작품 출간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과 수용자 층이 조선족에 한정된 탓에 전업 작가들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연변과 조선족문학은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한민족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은 매우 확고하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족들 사이에서는 우리문화와 얼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한국과 손을 맞잡고 각종 문학상과 백일장들이 열리고 있고 조선족 문학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조선족 문인들의 땀과 노력으로 조선족 문학은 점차 풍성해져가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관심과 활발한 교류활동이 더해진다면 한국문학 연구의 폭과 깊이 또한 깊어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