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못 따라 부르고 하염없이 눈물만
운구행렬 보내주지 못하던 수 십만 인파

지난 29일 경복궁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이제 고인이 돼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진행됐다. 오후 1시부터 노제가 진행될 예정인 서울광장 앞은 오전 11시부터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원이 몰려 뜨거운 추모 열기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모인 약 50만 명의 시민들은 한결 같이 노란 모자와 풍선을 들고 있어 서울 광장은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국민장 영결식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여분동안 경복궁 홍예문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이 영결식에는 제한된 사람들만 참여를 허용하고,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영상만 제공해 물의를 빚었다. 시민 중 일부는 시민 분향소였던 덕수궁 대한문에서 따로 ‘시민 영결식’을 열었다. 시민 영결식 자원봉사자이자 노사모 회원인 장동수(26·서울 신림동) 씨는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한 경복궁 영결식에 대한 반발심과 고인에 대한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영결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또 국민장이 끝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을 나눠주고, 대한문의 분향소를 지킬 계획이라고 했다.


시민 영결식은 배우인 맹봉학 씨의 사회로 묵념, 애국가 제창, 유서 낭독과 시민들의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한 시민은 추모사를 읽던 중 고조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려 영결식에 참여한 시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시민들의 추모사가 끝난 이후 사람들은 시민악단의 연주에 맞춰 <아침이슬>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이 제일 좋아했다는 <상록수>의 반주가 흘러 나오자, 몇몇 사람들은 차마 따라 부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영결식이 끝난 후에도 시민들은 고인의 노제를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운구 행렬을 지켜보던 최봉규(79·서울 신림동)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돌아가시기 이전엔 이렇듯 소중한 분인줄 미처 깨닫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운구 행렬은 1시 20분쯤 노제가 진행될 시청광장에 들어서서야 그 애통한 발걸음을 멈췄다. 이후 시작된 노제는 진혼곡과 추모시 낭송, 유서 낭송으로 이뤄졌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태평소 소리가 유난히 서글프게 들린다. 시민들은 시인 장시아 씨가 낭독한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들으며 숙연해했다. 특히 ‘남은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며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니 슬퍼하지 마라’는 구절에서는 수많은 시민들 중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오후 2시, 약 30분간 진행된 노제가 끝나고 서울역을 향한 운구 행렬이 다시 시작됐음에도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운구 행렬의 중심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당시 녹음했던 <사랑으로>가 흘러나온 채 마지막 길이 아쉬운 듯 천천히 행진했다. 시민들은 연신 ‘노무현’을 외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끝까지 배웅했다.
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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