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국민 화합 위해 지역주의 타파 외쳐
조중동·정치인…지역감정 부추겨 악용
소신·정의·소통…계승해 가야할 유산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전국은 슬픔에 잠겼고 국민들은 ‘바보 대통령 노무현’을 그리워하며 그가 남겼던 업적들을 하나 하나 재조명하고 있다. 그가 평생의 정치적 목표라 했던 ‘지역주의 타파’는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풀고자 했던 숙원이었지만 해결되지 못한 채 미완의 과제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러나 ‘바보’라고 불리면서도 끝까지 동서 화합을 외치며 외로운 길을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상생·화합의 메시지는 그가 세상을 따난 뒤 더 큰 울림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노무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가슴아파 하며 그가 바보처럼 부딪히고 도전했던 ‘지역주의 타파’를 놓고, 신종훈(전남대 교류학생·정외) 씨와 부산 출신 정한겸(정외·07) 씨가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은 지난 29일 전북대신문사 편집국에서 마련됐으며, 정미진 사회부장이 진행과 정리를 맡았다.

좌담 중인 정한겸(오른쪽) 씨와 신종훈 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모두들 놀랐다. 당시의 감정을 이야기해보자.
  ○정한겸(이하 정): 인터넷으로 처음 서거 소식을 접하고, 몇 분은 멍해있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신종훈(이하 신): 새벽에 이 소식을 듣고 이건 무슨 날벼락인가 했다. 나는 예언가는 아니지만 불길하게도 이런 예상을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계속 지켜본 바, 강직하지만 여린 면이 있다. 특히 도덕성 부분에 있어 완벽하고자 했는데 검찰과 언론이 그것을 훼손 시켰다. 최근 기사를 봤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면 노 전 대통령과 똑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더라. 그것을 보면서 나만이 느끼는 불길간 감정이 아니라 두루 느꼈던 것 같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가하자면.
  ○신: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노 전 대통령이 깨려고 했던 지역감정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지역주의는 역사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 먼저 조선시대에 8도가 존재해 지역적으로 나눠져 있으면서 인재를 능력이 아닌 출신 지역을 보고 등용했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인사를 경상도, 영남 즉, 우리가 말하는 TK출신을 호남의 세배 이상 배정하면서 본격적인 지역주의를 조장했고 이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런 지역주의는 정치인들이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고에 의해 정치에 입문하게 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않으면 국민이 통합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지역주의 타파에 그토록 끊임없이 도전했던 정치 철학이 된 같다. 


   ●개인적으로 지역주의를 경험한 적 있나.
  ○정: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될 무렵, 경상도에 사는 유권자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봤다. 그 유권자는 “사람 노무현은 좋은데, 노무현이 당선되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그러면 경상도는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 이는 내가 인터뷰에서 본 사람만이 아닌 친척들에게 물어도 모두 다 수긍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볼 때 경상도 사람들은 전라도에서 지도자가 나오면 상대 지역이 소외된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신: 경상도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매체이다. 국민들은 매체를 통해 주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중동 언론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또 정치인들은 지역주의를 만들어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지난 16대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때 했던 말이 “김대중의 양자가 노무현이다. 때문에 노무현이 당선되면 부산은 국물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이런 말에 넘어간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현 정권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TK에게 해준 것이 많다. 김대중 정부 때 내각에 비서실장, 환경부 장관 등 TK 출신들을 대거 등용하고 대구, 부산 등의 주요 사업을 진행 시켰다. 또 노무현 정부 때에도 김대중 정부의 균형 발전을 계승해 혁신도시를 통한 지방분권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데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계층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정: 나는 이런 지역감정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견고한 보수층의 여론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보수 신문을 보면 보수층이 생각보다 단단한 것을 알 수 있지만 보수가 아닌 국민들의 여론이 너무 쉽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박연차 뇌물 사건 때도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매체를 통해 나오자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어느 순간, 사실이라는 여론이 형성돼버린다. 
  ○신: 노 전 대통령은 첫 회의 마스터플랜으로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언론의 개혁이었다. 왜곡된 것들을 소통·전달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은 필히 신문들과 싸워야 했다. 노무현 정권은 조중동의 역할을 깨야 청와대가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것들이 올바르게 전달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바람은 원천 봉쇄됐고 노 전 대통령은 언론과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전라도에 와서 느낀 지역감정이 있는가.
  ○정: 내가 고등학생일 때 조부모에게 들었던 것은 전라도는 배신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연고지가 없던 전북대에 입학할 때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오히려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화통하다 하면서 인식이 좋다. 또 전라도가 배신을 잘한다고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생각해보니 지역적으로 성향을 구별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전주라는 지역은 좋게 말하면 중립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색깔이 없다. 이번 노 전 대통령 조문을 보더라도 무덤덤하고 호응이 없는 것 같다. 부산에 있는 친구들한테 연락이 오는데 부산대 총학생회는 봉화마을에 다녀오고 미리 분향소도 설치하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지역감정이 점차 옅어지다보면 내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는 지역감정이라는 용어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또 지금은 지리적으로도 교통이 편해졌고 부산과 전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지역감정 해소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 신: 지금은 세월도 많이 변해서 지역감정이 동서 문제가 아닌 지방과 수도권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듯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 180도 바뀌고, 끊어야 할 것은 끊어야 하는데 현재는 제도가 부족해 아쉽다. 선거제도, 헌법 등을 바꿔 때로는 여·야를 떠난 똘레랑스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물론 비례제는 잘 되고 있지만 더 늘려 5인 이상을 뽑는 대선거제도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한 지역구를 갑, 을, 병 등으로 세분화해 선거가 진행되는데 이것은 인구가 많은 경상도에서 유리한 선거제도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는데 실패해 탄핵까지 간 상황을 보면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듯 하다.


  ● 마지막으로 우리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승해야 할 정치 철학이나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이 질문을 들으니 ‘소신’과 ‘정의’, 이 두 가지만 떠오른다. 우리 사회는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아닌 것은 아니었고 소신을 갖고 정의롭게 행동했는데 이 사회는 받아주지 못했다. 때문에 우리는 그의 정신적 자산을 본받고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철학은 헌법 제 1조 2항인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소통을 위해 이를 지켰고 이는 영결식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그의 철학과 소신이 그르지 않았음을 증명해줬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이것은 차기 정권이나 정치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진행 정리 | 정미진 기자
jmj@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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