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제 집시법, 허가제로 악용되는 양상
집시법 개악…집회 원천 봉쇄 의도 다분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정부 각성 필요해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죽창 시위대가 국가 브랜드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데 대한 발언으로 정부는 이후 20일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집회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 당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미국 광우병 쇠고기수입 촛불집회 때도 신고 없이 2명 이상 시위하면 불법, 손 팻말을 들고 있어도 불법, 구호를 외쳐도 불법으로 간주하는 등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고제인 집시법 경찰 마음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회는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집회가 가능한 신고제이다. 그런데 요즘 집회는 신고제보다는 일정 행위를 하는데 있어 법령이 정하는 요건을 갖출지라도 정부에서 이를 심사해 행위의 제재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허가제로 변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일 노동절 대회 등 매년 실시됐던 집회를 경찰이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 통보한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경찰청에 집회를 신고하는 게 아니라, 집회를 할 때 평가받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현행 집시법 제 5조에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미리 예측하고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환(법전원·법학) 교수는 “집시법의 기조는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권리보장이 목적”이라며 “경찰이 불법적이고 폭력적 집회라는 것을 미리 예측한다는 자체가 월권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교수는 “집시법은 집회보장 원칙이 우선이고 제한은 예외적인 것이다”며 “그런데 현 상황은 원칙과 예외가 전도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집시법 개정안 주제는 인권침해?
현재도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 철저하게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10월 14일 신지호 의원을 대표로 한 한나라당 의원 17명이 복면 착용 금지를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 개정안에서는 경찰의 집회촬영 허용 및 쇠파이프 등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도구를 휴대 및 운반하는 것까지 처벌토록 해 초상권 침해와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반한 과잉제한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 진성호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10명의 의원이 문화재 주변에서의 집회 시위를 금지하자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현행 집시법에서는 학교시설 주변, 군사시설 및 기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곳에 대해 집회 제한규정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재 주변까지 제한 규정에 추가하겠다는 것.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로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일어나는 장소가 문화재 주변인 서울역광장, 세종로사거리(광화문), 종로, 남대문 등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 집시법 상 야간집회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까지 차단해 집회가 사실상 고사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최종호 정책국장은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가에서는 법에 명시돼있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지난 1일 ‘2009전국대학생운동’에 참여한 우리학교 김병우(응용시스템·09) 씨는 경찰에 연행돼 이틀 동안 수감돼 있었다. 경찰의 논리로 불허된 집회에 참여해 시위 깃발을 들고 있던 김 씨가 전경들의 방패에 맞고 연행된 것이다. 김 씨는 “정부가 국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 집회를 통해 표현한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과연 헌법 제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가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현 정부 들어 집시법을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맡기고 집시법 개정안을 정권 뜻대로 바꾸려 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거스르려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입을 막는데 혈안이 되기보다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을 통한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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