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로 두 번째 인생 사는 정영숙(간호대·간호) 명예교수

들꽃 있어 미소짓는다 나처럼 작고 어눌해 보여 / 들꽃 있어 나들이 간다 하늘나라 들꽃언덕으로 / 들꽃 있어 춤을 춘다 사뿐사뿐 부드러운 발끝으로 / 들꽃 있어 기도한다 겸손한 삶 살게 하도록 / 들꽃 있어 행복하다 기도할 수 있기에…
정영숙(간호대·간호) 명예교수가 지난 17일에 다섯 번째 개인전 ‘들꽃 그림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시내와 20여분 떨어진 완주군 신리에서도 굽이굽이 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정 교수의 정원. 푸른 산을 배경으로 백가지 꽃들이 숨쉬는 그 곳에서 그녀의 들꽃·그림 사랑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역 사회 간호학’분야로 25년 동안 강단에 섰지만 어릴 적 꿈인 화가를 져버릴 수 없었던 정 교수는 지난 2005년 당당히 명예퇴직을 선언했다. 그녀는 “남들은 ‘교수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제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그림을 그리다보면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내면의 열정도 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72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정 교수의 첫 번째 개인전은 대학원 졸업 후 거제도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당시 섬 주민들을 위한 ‘이동 X선 촬영기’를 사기 위해서였다. 이후 풍경화를 주제로 한 1988년, 1993년, 2000년의 전시회를 거쳐 최근 교동아트센터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도 성공리에 마쳤다. 특히 이번 ‘들꽃 그림전’은 관람객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줬다. 정 교수는 다섯 번째 개인전에 대해 “예전에는 그림을 보고 ‘평화롭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행복하다’고 감상평을 전해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다”고 귀띔했다. 그림의 소재인 ‘들꽃’은 그녀가 자연을 소재로 삼으면서 작은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이 평온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눠보고 싶어 선택하게 됐단다.
정 교수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림을 함부로 주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그림을 가져갈 경우에는 작가의 얼굴을 알기에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그림은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화가의 ‘혼’이 담겨있기 마련”이라며 “그림들은 또 다른 나 같아 다른 사람들이 소중히 아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항상 아쉽다”며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해 집 정원에 고스란히 옮겨놓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영원히 죽지 않는 들꽃을 화폭에 옮겨온 정 교수. 들꽃처럼 순수한 소녀 같은 감성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으로 ‘하늘’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정 교수. 그녀의 화가로서의 삶이 5월의 끝자락에 마주한 푸른 하늘처럼 맑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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